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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3월 24일] 배고픈 것보다 배아픈 게 낫다

한때 부동산 투기자금을 잡으면 증시로 자금이 몰릴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부동산과 증시는 서로 역의 관계인 만큼 한쪽을 잡으면 다른 쪽이 뜬다는 논리였다. 노무현 정권 초기에도 그랬다. 정권 초기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을 진정시키기 위해 잇따라 강경책을 쏟아내자 일각에서는 그 자금이 증시로 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부동산 쪽이 막힌 만큼 넘쳐나는 돈이 증시로 흐를 것이라는 의미에서 ‘스필오버(Spill-over)’라는 단어도 회자됐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부동산시장을 짓눌러도 증시는 한동안 하락장에서 헤맸다. 부동산 시장이라도 돈 돌게
오히려 지난 2004년에는 주식과 부동산시장이 함께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2005년 코스피지수는 1,000을 넘고 부동산 가격도 급등했다. 어쩌면 두 시장이 대체관계가 아니라 보완관계가 될 수도 있음을 나타낸다. 요즘 시중에 돈이 넘쳐나는데 돈이 돌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다들 미래가 불투명한 만큼 우선 곳간에 재놓고 보자는 심리 탓이겠지만 단순히 재테크 측면에서만 보면 돈 벌 곳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증시ㆍ부동산 어느 하나 할 것 없이 모두 가라앉아 있는데 섣불리 투자에 나설 바보는 없다. 이를 푸는 방법은 이 둘 중 어느 곳에서든 돈을 벌게 하면 된다. 물론 증시에서 돈을 벌게 하는 게 경제에 더 바람직하다. 거의 모든 가구가 펀드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가가 오르면 경제지표는 나빠도 체감경기가 좋아질 수 있다. 더구나 증시가 기업의 자금조달 역할을 하는 본연의 기능도 되찾을 수 있다. 이렇게만 된다면 좋겠지만 여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다. 특히 미국 증시 흐름에 다른 나라보다 더 뒤흔들리는 게 우리 증시다. 이게 안 되면 부동산에서라도 돈을 벌게 해야 한다. 이는 월급을 쪼개 펀드에 투자하는 일반인에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월급이 이미 깎였거나 깎이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일반 직장인으로서는 집이 필요한 실수요자가 아니라면 대부분 부동산에 투자할 처지가 못된다. 다름아닌 부자들 얘기다. IMF 경제위기 때처럼 부자들이 싼 값에 부동산을 사들여 큰 돈을 번 것과 같은 일이 재연돼도 어느 정도 묵과하자는 말이다. 참여정부 때 이들을 질시해서 얻은 게 뭔지 곱씹어보면 답이 나온다. 지금 부동산시장은 거래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집을 팔고 싶어도 급매로 내놓지 않으면 팔리지 않고 건설업계에는 16만가구에 달하는 미분양물량이 쌓여있다. 가구당 2억원만 쳐도 30조원이 넘는다. 부자들에 투자 환경 조성을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부자들이 부동산에 투자하고 거래할 수 있는 조치들이 취해져야 한다.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폐지 등 최근 정부가 펼치는 부동산 규제완화에 대해 부자들만 위한 정책이라고 비판할 것만은 아니다. ‘강부자’원죄론이 있기는 하지만 그만큼 건설ㆍ부동산 경기가 심각하다. 솔직히 논란이 많은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에 대해서도 필자는 딱히 반대하지 않는다. 강남3구가 투기지역에서 해제된들 들어갈 처지도 못되지만 그에 따라 부동산경기가 살아나면서 돈이 돌기 바란다. 천재 경제학자인 그레고리 맨큐는 “부자에게 부자세를 부과하면 그 세금은 오히려 서민에게 떠넘겨진다”는 논리로 부자세인 사치세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부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요트나 개인비행기에 사치세를 부과하면 부자들은 다른 것을 사면 되지만 이를 생산하는 업자나 노동자는 다른 상품을 공급할 수 없어 결국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세금을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부동산 침체 역시 그런 부작용을 낳고 있다. 배 아픈 것을 못 참는 게 한국 사람들이라지만 지금은 배고픈 것보다는 배 아픈 게 그나마 낫다는 생각이다. 다만 부동산 시장에 돈이 잘못 돌면 부작용이 심각한 만큼 이를 제대로 관리하는 것은 이 정부에 주어진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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