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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시대에 따라 달라진 노인들의 자화상

■ 노년의 역사 (조르주 미누아 지음, 아모르문디 펴냄)


아프리카에는 '노인 한 사람이 죽을 때 도서관 한 채가 불타 없어진다'라는 격언이 있다. 과거 노인이 지식의 수탁자이자 '부족의 기억'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21세기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노인들과 함께 살고 있다. 이에 따라 노인들에 관해 다양한 사회적ㆍ문화적ㆍ경제적 연구도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프랑스의 중세역사 전문가 조르주 미누아는 고대부터 르네상스에 이르기까지 서양 역사에서 노인들의 삶이 어떻게 전개돼 왔는지 시대와 사회에 따른'노인의 역사'에 대해 조명한다. 그는 노년에 대한 이상과 전형은 시대와 사회에 따라 변화했다고 말한다. 선사 시대에는 노인들의 존재 자체가 드물었다. 오늘날 발견되는 오래된 해골들이 대부분 30세를 넘기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사실이 증거다. 전쟁ㆍ기근ㆍ식량부족ㆍ질병 등으로 인해 자신의 머리가 하얗게 세는 것을 보는 행운을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이 극소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희소성이 노인들에게 중요성을 부여했고 성스러운 존재로 간주됐다. 반면 헬레니즘의 영향을 받은 기원전 4세기 말 이후 노인은 병들고 죽음을 기다리는 존재로 인식이 바뀌었고 그리스 시대에는 신들조차 노인을 좋아하지 않아 젊은 영웅들만 찬양했다. 또 그리스도교 속 노인은 특별 대우 받을 것이 없는 존재였지만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 새로 태동한 국가는 노인에게 더 많은 임무를 맡기며 존경을 받게 됐다. 저자가 책을 통해 말하고 있는 내용은 노인을 존중하거나 멸시했던 것은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다르지만 '노년의 황금시대'란 존재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노인이 가장 많아진 지금 이 시대야 말로 노인의 역사를 비추어 보면서 '노년의 황금시대'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 2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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