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럭셔리 플래그십(기함) 세단 시장에서 영국 명차의 자존심 재규어의 '올 뉴 XJ'가 소리 없이 강한 인상을 드러내고 있다.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이언 칼럼에 의해 새롭게 태어난 XJ는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럭셔리한 차'에 선정될 정도로 미적 감각이 뛰어난 모델이다.
'아름다운 고성능 차(Beautiful Fast Car)'를 지향하는 재규어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XJ를 만나면 자동차가 주는 우아함의 극치를 경험할 수 있다. 올 뉴 XJ 5.0 포트폴리오 LWB(롱휠베이스) 모델은 차체 길이(5,247㎜)가 5m를 훌쩍 넘을 만큼 거대하지만 스포츠 쿠페 모델인 XF와 비슷하게 매끄럽게 빠진 인상이 특징적이다. 기존 플래그십 세단들이 보여줬던 어딘지 모를 올드한 인상은 찾아볼 수 없다.
얼굴은 XF를 좀 더 과장되게 표현했다. 보닛의 굵은 주름에선 남성스러움이 느껴지고, 날카로운 헤드램프와 발톱처럼 서 있는 리어램프는 맹수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호화로운 요트를 컨셉으로 꾸민 실내는 수작업으로 만든 천연 가죽이 감싸고 있다. 질감과 색감을 통일한 목재는 한 그루에서 나온 나무로만 사용해 안정감을 준다.
시동 버튼을 누르자 나지막한 엔진음이 들려오며 감춰져 있던 원형의 변속레버가 솟아오른다. 최고급 세단 시장에도 디젤 모델이 늘어나고 있지만 가솔린만의 정숙함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정지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밟으면 다소 무겁게 느껴질 정도로 안정적인 출발을 한다.
속도를 높여보면 최고 출력 385마력의 힘을 고스란히 경험할 수 있다. 올 뉴 XJ 5.0에는 가솔린 자연흡기 방식의 5.0리터 V8 엔진이 장착돼 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고작 5.7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부드러운 가속에서 RPM 게이지는 2,000을 넘어가지 않으면서도 차량을 힘 있게 이끈다.
스포츠모드로 기어를 변환하고 뻥 뚫린 도로에서 속도를 높이자 계기판의 바늘은 쉴 새 없이 올라간다. 으르렁거리는듯한 특유의 엔진음이 서서히 들려오며 당장이라도 시속 260km까지 표시된 속도계를 가리킬 법 하다. 속도 제한이 없는 아우토반 구간이 아니라 참아야만 하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다.
시속 80㎞로 코너링을 해도 네 바퀴가 바닥을 감싸며 차체를 지지했고, 간혹 무리하게 속도를 올리려고 하면 앞 차와의 간격을 감안해 경고 표시를 해줘 안정적인 주행을 유도했다. 앞 차와의 거리를 확보하며 주행하는 어댑티드 크루즈 컨트롤(ACC)도 차 간격을 정확히 유지하면서 작동했다. 도심과 고속 주행으로 약 120㎞를 달려봤는데 연비가 리터당 7.1㎞로 공인연비(7.6km/리터)와 큰 차이가 없었다.
올 뉴 XJ 가솔린 모델은 자연흡기방식의 5.0리터 V8 엔진을 장착한 5.0P 모델이 1억5,460만원(프리미엄 럭셔리)과 1억6,620만원(포트폴리오), 5.0리터 슈퍼차저 V8 엔진 모델은 2억710만원(숏휠베이스), 2억1,680만원(롱휠베이스)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