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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日의 우익 내각 대응책 마련해야
입력2005-11-01 16:31:03
수정
2005.11.01 16:31:03
이재용 기자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지난달 31일 개각을 단행했다. 이번 개각의 핵심은 ‘극우 강경파’ 인사와 ‘예스맨’들의 중용이다.
특히 이번에 새로 기용된 아소 다로 외상과 아베 신조 관방장관은 이번 개각의 하이라이트다. 두 인물 모두 출신 집안부터 예사롭지 않다. 아소 신임 외상의 아버지는 일제시대 조선인 1만600여명이 징용으로 끌려간 아소 탄광을 경영했으며 아베 신임 관방장관의 외할아버지는 A급 전범으로 체포됐던 인물이다.
물론 한 사람의 태생을 갖고 그의 사고를 재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근 그들이 쏟아낸 발언들을 보면 왜 이런 우려가 나오는지 알 수 있다. 아소는 “창씨개명은 조선인이 원했던 것”이라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아베 역시 “종군위안부는 언론이 만들어낸 허구”라고 주장했다. 태생적으로나 이념적으로 일본의 전쟁책임을 아예 인정하지 않는 인물들이다.
이번 개각에는 ‘포스트 고이즈미’ 후보들을 내각에 전진 배치시켜 그들의 자질을 검증하겠다는 고이즈미 총리의 의도가 담겨 있다. 이 과정에서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던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은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가 경쟁에서 탈락했다. 이제 선택된 후보들의 충성 경쟁이 본격화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일본은 이번 개각으로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의 시선에 개의치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대신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헌법개정과 대외군사활동 강화를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일본의 속내가 노골적이더라도 이에 대한 섣부른 대응은 금물이다. 감정적인 대응은 자칫 일본인들에게 내정간섭으로 비쳐지며 오히려 일본의 극우 보수화를 강화하는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 실제 집권 자민당이 지난 9ㆍ11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데는 중국의 거센 반일감정이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더 이상 갈팡질팡하는 현재의 외교정책으로는 일본의 조직적인 극우화에 대처할 수 없다. 고이즈미 총리와 아소 외상, 아베 관방장관이 손잡고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이제 일본의 우익 내각에 대응할 대일 외교정책을 새롭게 정립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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