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16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은 북한 핵문제에 대한 한미 공조 등 안보 분야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실용외교를 통해 그동안 강조해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비준과 발효는 이번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제자리걸음을 면하지 못했다. 우리 측 사정보다는 미국 내 정치적인 문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지 전문가들은 미국 자동차 산업과 노조의 이해 등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 오바마 행정부가 최악의 경우 FTA 비준 문제를 내년 중간평가 선거 이후로 미룰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연내 통과는 불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미 FTA의 의회 비준은 북핵 문제와 함께 이번 정상회담의 2대 핵심의제로 평가됐다. 출발은 좋았다. 이 대통령의 방미 첫날인 15일 만났던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FTA의 비준에 대해 상당히 진전된 발언을 했다. 이들은 그동안 FTA 비준 문제에 부정적 의견을 드러냈던 인물이었기 때문에 정상회담에서 FTA에 대한 가시적인 합의들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됐다. 실제 클린턴 국무장관은 이 대통령 접견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나는 한미 FTA가 경제적으로나 전략적으로나 또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의회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이전과는 달리 진전된 입장을 보였다. 미 의회 인준청문회에서 FTA 재협상의 필요성을 거론했던 커크 대표도 같은날 “한미 FTA가 양국에 매우 중요한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고 동아시아에 미치는 상징성이 있다는 데도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 "미국 국민에게 한미 FTA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며 일자리 창출로 경제위기 극복에 분명히 도움될 것이라는 점을 설명하고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상회담에서 FTA에 관련한 가시적인 합의가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내 FTA 비준안을 제출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자동차 등 현안 문제가 해결된 뒤 정치적 타이밍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한미 FTA 재협상 등 미국 조야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전제조건과 이후에도 국내 정치일정 등을 감안해 FTA를 처리하겠다는 의미였다. 결국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한미 FTA를 진전시키기 위한 실무협의가 시작된 것을 환영하고 FTA 협정의 진전을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조항이 사실상 원론적 수준의 합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FTA의 걸림돌로 자동차 부문의 협상이 미진했음을 내비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동차와 관련해 한미 간에 충분한 상호주의가 있는지 의심되며 자동차가 협상 대상이라는 점은 정당하고 수긍이 간다"고 말해 자동차 부문에서 조정할 부분이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관론을 유지했다. 안호영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은 “‘마차보다 말을 앞세우고 싶지 않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적절한 시기에 한미 FTA를 비준하자는 의미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