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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11월 6일] 오펠 매각 철회

유럽 자동차시장 구조조정의 기회<br>파이낸셜타임스 11월 5일자

제너럴모터스(GM)가 지난 3일(현지시간) 수개월간 추진해온 유럽 자회사 오펠과 복스홀의 매각을 철회한다고 발표, 모두를 놀라게 했다. 특히 독일 정치인들과 노조 지도자들은 오펠 인수자로 확실시됐던 마그나와 스베르방크와의 주도권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고 생각했기에 충격이 큰 상태다. 그러나 이같이 생각할 필요는 없다. 아직 많은 난항에도 불구하고 GM의 이번 결정은 유럽 자동차산업 전반에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독일은 그동안 유럽의 과도한 자동차 생산을 효율적으로 조절하고자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독일 노조의 지지를 받은 앙겔라 메르켈 정부는 마그나 컨소시엄이 오펠을 인수하도록 무려 45억유로(약 7조8,800억원)의 채무보증 시행을 결정했었다. 독일은 인수비용으로 32억달러를 제시한 벨기에 투자전문회사 RHJ를 거부하고 독일 내 오펠 직원의 감원규모를 주변 유럽국가보다 현저히 작게 하는데 동의한 마그나를 밀어준 것이다. 정치적 판단에 입각한 독일의 보호주의 정책은 유럽 단일시장의 정신을 명백히 훼손했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독일의 보조금 지원을 계속 문제 삼았지만 마그나의 오펠 인수는 거의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돌연 GM이 이를 망쳐놓았다. 하지만 유럽 자동차시장은 이를 계기로 다시 구조조정의 기회를 갖게 됐다. GM은 파산보호 과정을 겪으며 자국에서만 5만명의 직원을 감원했다. GM이 오펠ㆍ복스홀의 구조조정을 철저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믿을 수 있는 이유다. 게다가 미국 정부는 GM에 막대한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 본사가 손실을 입고 있는 해외 자회사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조건을 달았다. GM의 직접 지원이 불가능한 오펠은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GM이 오펠의 구조조정 비용으로 단지 30억유로를 주장한 것은 상황을 너무 긍정적으로 본 탓이다. 최근 자동차산업이 정부 지원 등에 힘입어 판매가 늘기는 했지만 아직 불황에서 탈출한 것은 아니다. 반면 GM이 감원 위협을 무기로 각국 정부를 또다시 인수경쟁으로 내몰아갈 위험도 존재한다. EC는 독일의 지원과 유사한 사례를 잘 감시해 이번에는 정치적 판단이 아닌 경제적 논리가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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