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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소득과 부동산 보유세
입력2004-11-02 15:57:28
수정
2004.11.02 15:57:28
권구찬 사회부 차장
[동십자각] 소득과 부동산 보유세
권구찬 사회부 차장
권구찬 사회부 차장
4년 전 캐나다 벤쿠버로 이민을 간 지인을 지난주 말에 만났다. 그는 정부가 추진 중인 보유세 개편작업의 하이라이트인 종합부동산세 도입에 대한 논란과 관련해 벤쿠버에 사는 캐나다 노인의 고민을 소개했다.
그 노인은 수영장이 딸린 고급주택에 살지만 그 주택을 아들에게 물려줄 수 없다고 했다. 재산을 물려주기 싫어서가 아니라 상속이나 증여할 경우 노인의 아들이 내야 할 세금이 워낙 많기 때문이란다. 우리 돈으로 대략 20억원 정도인 그 저택을 아들이 물려받는다면 증여ㆍ상속세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매년 납부해야 하는 보유세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종합토지세가 0.16%, 재산세가 이보다 더 낮은 0.09%에 불과하지만 캐나다는 도시마다 다르지만 평균 1%쯤 된다. 미국에는 최고 4.56%에 이르는 도시도 있다. 20억원짜리 주택이라면 노인의 아들은 보유세만 연간 2,000만원을 내야 하는 셈이다. 한국의 평범한 샐러리맨이 벤츠와 BMW를 굴리지 못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종부세 도입 방안을 놓고 지난 1일 당정 협의가 열렸다. 여당은 부과대상을 좀더 축소하고 시행시기도 1년 늦췄으면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국세(國稅)로 종부세를 신설할 경우 지방분권에 역행된다는 입장이고 일부 보수층은 위헌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종부세가 ‘부유세’ 성격이 짙다는 조세학자도 더러 있다.
종부세 신설 방안은 보유세 개편작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지난해 ‘10ㆍ29 부동산종합대책’의 연장선에 다름 아니다. 부동산을 사면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부동산 불패신화’가 깨지지 않고 있는 한국적 상황에서는 종부세의 과세권자와 과세대상ㆍ시행시기ㆍ세율 등을 둘러싼 논란이 적지 않음에도 제도 자체의 합목적성은 인정될 수밖에 없다.
조세저항이 우려된다지만 당장 종부세를 도입한다고 해서 5만명쯤 되는 부동산 부자들의 부동산 탐욕이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캐나다 노인의 고민처럼 자신이 벌어서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부동산을 보유하도록 하는 조세체계를 마련하지 않는 한 망국적 투기광풍은 언제 어느 때 재발할지 모른다. 부동산 불패는 신화가 아닌 현실이고 부동산 대박의 욕망은 우리 사회 곳곳에 잠복해 있기 때문이다.
chans@sed.co.kr
입력시간 : 2004-11-0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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