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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서 책 많이 팔린다지만… 출판사엔 독

연간 매출 1600억 넘어 인터넷교보문고와 맞먹어<br>최고 70% 할인으로 도서정가제 정착 걸림돌<br>적정수준 공급률 보장돼야

CJ오쇼핑의 쇼호스트가 도서전집 Why시리즈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TV홈쇼핑 도서 판매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런 매출 신장세가 출판 산업 전체에는 오히려 '독(毒)'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6일 서울경제신문이 CJOㆍGSㆍ현대ㆍ롯데 등 4개 홈쇼핑에서 지난 2011년 판매된 도서 매출 실적을 합계한 결과 총 1,380억원에 달했다. 농수산홈쇼핑과 홈&쇼핑에서 판매된 도서까지 고려하면 전체 홈쇼핑 매출은 적어도 1,600억원 이상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같은 기간 인터넷교보문고를 통해 판매된 도서(B2B 제외) 매출 1,620억원에 맞먹는다. 교보문고 오프라인 점포를 통해 판매된 도서 매출(B2B 제외)인 3,115억원의 절반을 넘어선다.

홈쇼핑에서 이처럼 도서 판매가 급증하는 것은 세계문학전집이나 중고등 논술필독선 등 100권 내외의 전집세트로 구성되는 데다 정가 대비 할인율이 최고 70%에 이르고 무이자 카드 결제도 최대 12개월까지 가능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판매되는 가격을 고려한 홈쇼핑 도서 매출 규모가 연간 2,00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의 경우 다산북스 '후(WHO)' 시리즈(GS홈쇼핑 59% 할인), 시공사 저학년 창작필독선(GS홈쇼핑 50% 할인), 예림당 와이(WHY) 시리즈(CJ오쇼핑 50% 이상 할인), 웅진 명작전래동화(현대홈쇼핑 50% 할인), 삼성출판사 주니어논술필독선(롯데홈쇼핑 65% 할인), 김영사 만화인물고전(롯데홈쇼핑 45% 할인) 등이 수십억원씩 판매되며 매출 효자 노릇을 했다. 특히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의 경우 GS홈쇼핑을 통해 300권 세트를 정가 대비 50% 할인한 149만원에 판매하면서 두 번의 방송 만에 13억원의 매출을 내기도 했다. 현대홈쇼핑에서는 200권 세트를 95만원에 판매해 6억 5,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반면 교보문고 온오프라인 서점이나 예스24에서 민음사 300권 전집 세트는 30% 할인된 가격으로만 판매되고 있다.

이경태 GS홈쇼핑 에듀푸드팀 도서담당 대리는 "홈쇼핑의 공동구매로 시중 유명출판사의 도서들을 안방에서 50% 이상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게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매 채널이 다양해지고 저렴한 가격에 도서를 구입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출판사와 중소서점업계에는 잇따른 부도로 도서정가제 도입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라 홈쇼핑 도서 판매가 문제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소 출판사의 한 관계자는 "대형 출판사는 대량 출간이 가능하기 때문에 판매 부수만 많으면 저가에도 충분히 공급할 수 있지만 중소 출판사는 단가를 낮추면서까지 도서를 공급하는 데 무리가 따른다"며 "대형 출판사들이 구간 밀어내기 식으로 홈쇼핑을 이용하면 매출 볼륨이 커지지만 출판 시장 전체적으로 보면 도서정가를 보장 받는데 '부메랑'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도서정가제 정착과 함께 출판사의 공급률(출판사가 서점이나 도매상에 책을 팔 때 정가 대비 공급가 비율)을 보장하는 구조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홍성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본부장은 "최근 홈쇼핑 판매 비중이 크게 늘면서 출판사가 총판(대리점)을 통해 서점에 제공하는 공급률보다 홈쇼핑에 제공하는 공급률이 턱없이 낮다"며 "출판사 입장에서는 자금 순환과 구간 밀어내기를 위해 홈쇼핑에 낮은 공급률로 판매하지만 결과적으로 원가조차 보장 받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홍 본부장은 "출판사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선 현재 논의되고 있는 도서정가제 정착뿐 아니라 최소한의 공급률이 보장 받을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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