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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그래핀 선도국 지위 뺏길 것인가


올해도 10월의 노벨상 시즌은 우리에게 아무런 좋은 소식을 전해주지 않았다. 이웃나라 일본의 16번째 노벨과학상 수상 소식은 상대적 박탈감만 더해줬다. 불과 2년 전 미국 컬럼비아대 김필립(金必立) 교수가 노벨물리학상 공동수상자에 포함되지 못했을 때의 아쉬움이 다시금 생각난다. 탄소원자 단일층으로 이루어진 그래핀은 뛰어난 특성으로 초고속 전자소자로부터 고강도 복합소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응용이 기대되는 ‘꿈의 신소재’다. 그래핀을 처음 제작하고 새로운 물리적 특성을 발견한 공로로 영국 맨체스터대 안드레 가임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가 2010년 노벨물리학상을 공동수상했지만 국제 학계에서 가임 교수와 동급으로 인정받고 있던 김 교수가 공동수상자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소식은 국내외 연구자들에게 충격이었다.

영국ㆍEU 등 초대형 프로젝트 속속

그렇지만 김 교수 본인은 차분하게 후속 연구를 계속해 그래핀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물리현상을 잇달아 보고하고 있다. 사실 김 교수만큼 노벨과학상에 근접했던 한국인 과학자도 없었지만 그래핀 분야만큼 한국인 과학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과학 분야도 찾아보기 힘들다.

지금도 2010년 노벨물리학상을 설명하는 노벨상 홈페이지에는 서울대 홍병희 교수의 2009년 ‘네이처’ 논문과 2010년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 논문을 설명하는데 사용했던 동영상에서 따온 그림들이 사용되고 있다. 이 중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발표된 논문은 30인치급의 대면적 그래핀을 일관공정으로 제작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그래핀의 응용에 대한 큰 기대를 가져왔다.

김필립ㆍ홍병희 교수 이외에도 많은 국내외 과학자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고등과학원의 손영우 교수는 그래핀 이론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올해 그 공로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산하 국제순수및응용물리학연맹(IUPAP)이 수여하는 ‘젊은과학자상’을 수상했다.

코넬대 박지웅 교수는 그래핀의 미세구조를 영상화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삼성종합기술원에서는 새로운 개념의 그래핀 전자소자 구조를 개발해 초고속ㆍ초고용량 소자로 응용될 가능성을 제시한 논문을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서울대 이규철 교수는 그래핀을 이용해 아무 표면에나 붙일 수 있는 발광소자를 ‘사이언스’에 발표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순수 기초연구에서 응용연구에 이르기까지 한국인 과학자, 특히 국내 과학자들의 활약은 놀라울 정도다. 거의 매주 최고 수준의 저널에 한국인 과학자의 최신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그래핀 관련 국제 학술대회의 조직위원회에는 한두 명의 한인 과학자가 반드시 포함되며 예외 없이 한국인이 기조강연자로 나서고 있다.

소ㆍ대규모 연구 등 유기적 지원해야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그래핀 분야 연구성과는 대부분 우수한 연구자들의 개별 연구로 얻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경쟁국들이 그래핀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를 시작하면서 우리의 선도적 위치도 위협받고 있다. 영국ㆍ유럽연합(EU)ㆍ싱가포르 등은 그래핀 분야에 대한 초대형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그래핀 분야 대형 연구단이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기초연구의 성과를 응용해 원천기술과 산업화로 연결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소규모 기초연구에서 대형 연구단으로 이어지는 유기적인 연구지원체계가 절실한 시점이다.

지금 같아서는 힘들게 확보한 그래핀 분야의 연구주도권을 경쟁국에게 넘겨줄 뿐만 아니라 우리의 기초연구 결과를 활용한 원천기술이나 응용기술이 경쟁국의 차지가 되는 안타까운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이제라도 이렇게 경쟁력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소규모 기초연구와 대형 연구단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과학 분야에서 몇 안 되는 세계 최고의 위치를 지키고 미래 산업화의 기틀을 마련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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