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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나눔의 전통 계속 이어져야

새해가 밝았다. 우리나라에서 연말연시는 자선의 시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내 곳곳에는 자선냄비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사람들의 가슴에는 빨간 사랑의 열매가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빛나는 시기다. 그러나 이번 겨울에는 자선냄비가 가벼워지고 사랑의 열매 역시 그 빛을 잃을 것 같아 매우 걱정스럽다. 최근 발생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불미스러운 일련의 사건들은 기부단체에 대한 막연한 불신을 확신으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일이 없더라도 모금기관에 대해 제대로 기부금을 잘 쓰고 있을까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럼 그렇지…" 하는 확신을 주게 돼 자선 활동이 급격히 위축되고 냉각될 것 같다. 사회 지도층에서 발생하는 각종 특혜의혹ㆍ비자금ㆍ부정부패에 몸서리쳐온 국민들로서는 이런 일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다. 복지기관 투명성 더 높이고 다른 나라도 그렇겠지만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격 없는 사람이 무엇인가 얻는다고 생각될 때 매우 큰 분노를 느낀다. 그러기에 병역 기피나 입시ㆍ채용 비리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보인다. 마찬가지로 당연히 바르고 올바를 것이라 생각한 것이 부정비리에 휩싸일 때 극심한 배신감과 분노를 갖게 된다. 그러다 보니 우리 사회는 서로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보다는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에 더욱 익숙해졌다. 그러나 오랜 기간 어려운 이웃을 돕는 상징이었던 공동모금회에 대해서는 깊은 믿음이 있었고 그런 만큼 사랑의 열매의 비리 소식은 사람들에게 불신을 넘어 충격과 배신감을 안겨줬다. 그 결과 두 달여 동안 소액 후원이 무려 5여억원이 줄었다고 한다. 그 여파는 후원금이 줄었다는 것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불신은 비슷한 다른 모금기관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번짐은 물론 당장 사랑의 열매가 지원하고 있는 각종 복지시설과 개인도 지원금이 줄어들거나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는 크고 작은 문제 발생이 예견된다. 연간 3,000억원에 이르는 모금과 배분을 해온 공동모금회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으며 그 기관만 바라보는 취약한 소규모 기관과 우리 사랑의 쌀 나눔운동본부와 같이 복지 현장에서는 근심이 더욱 더 크다. 특히 노약자시설에는 당장 이번 겨울에 더욱 사나워진 찬바람에 노출돼 많은 소외계층 사람들이 추위에 더욱 힘들 수밖에 없을 것 같아 몹시 안타깝기만 하다. 이제는 냉철하게 이번 사태를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사회복지 공동모금회 직원들의 비리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 그러나 분노만 하기보다는 그동안 우리사회가 가꾸어온 나눔의 가치와 사회적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나눔은 예로부터 우리 국민들이 서로 돕고 나누는 전통을 살려 오늘날까지 이어온 아름다운 실천이다. 한 순간의 잘못으로 모든 것을 버리는 것은 옳지 않다. 나눔의 전통을 다시 세우는 것도 우리 모두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공동모금회가 쇄신안을 내놨지만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며 한 푼 두 푼 풍족하지 않은 살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모아 기부해왔던 기부자들의 마음을 달래고 그들의 상처를 보듬기에는 미흡해 보인다. 쇄신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를 실천하려는 의지와 반성이 더 중요하다. 이러한 쇄신안이 선언적으로 끝나지 않고 실질적인 시행으로 기부자들의 상처 입은 마음을 보듬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기부자들은 이번 일로 인해 나눔 활동을 무조건 배척하고 나눔의 손길을 거두기보다 우리는 힘들 때일수록 더욱 뭉치듯이 공동모금회를 비롯해 모든 모금기관들이 제대로 노력하고 있고 얼마나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감시하고 지켜보면서 기부를 통한 나눔 문화가 더욱 성숙해지기를 바라야 할 것이다. 기부문화 확대·성숙 계기돼야 요즘 본격적인 추위가 찾아와 사람들의 옷깃을 더 여미게 한다. 이전에 바깥 온도가 낮아도 사랑의 온도는 반대로 높아진 것처럼 나눔의 손길은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 이번 사태로 모금이 차질을 빚는다면 지원받았던 2만5,000여 곳의 복지기관과 시설은 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공동모금회를 비난하고 우리의 지갑을 닫기 전에 서로 돕고 나누는 공동체의 주인은 우리 국민 모두이며 사랑의 열매 주인도 국민이기에 다시금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의 손길을 이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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