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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188> 저항하지 않는 젊은이는 죽었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의 자유를 인정하는 것만이 진정한 자유다.” (로자 룩셈부르크, 여성 혁명가)

저항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힘이나 조건에 굽히지 아니하고 거역하거나 버팀’이다. 시스템이나 체제의 오류, 모순을 고발하고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살펴보면 그 중심에는 분명 젊은이들이 있다.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라며 요즘 젊은이들은 사회에 대한 관심이나 인식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으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올바른 저항정신’으로 무장한 청년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부조리에 눈감지 않고 눈앞의 이익에 집착하지 않고 바른말 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행동은 박수받을 만하다.

얼마 전 학창시절부터 소위 운동권에 몸담아왔다는 한 지인을 만났다. 그는 대학 시절에는 부조리한 학교를 겨냥했고 졸업해서는 사회의 비리를 정조준했다고 했다. 십 년 가까이 저항정신을 몸소 실천해 온 셈이다. 그런 그의 눈에 비친 ‘요즘 젊은이들’은 한심하게 느껴진 듯했다. “저 혼자 잘 먹고 잘 살겠다니 요즘 애들은 사회의식이 부족하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청년실업은 취업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사회구조의 혁신에 힘을 보태 뿌리 뽑아야만 하는 것이다. 고로 뒤에서 불평하는 건 비겁한 행동이다. 그는 앞에서 목소리를 내야만 바꿀 수 있는 힘이 생긴다며 취업 스펙 쌓기에 매달리는 청춘들을 본인의 안위에만 목숨 거는 치졸한 사람으로 깎아내렸다. 변화시키는 힘이 필요하다는 점과 앞장서서 크게 목소리를 내는 게 필요하다는 그의 관점에는 동의할 수 있었으나 극단적이고 과격한 주장에 기자는 100% 공감할 수는 없었다.



가장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은 바로 ‘앞에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순응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부분이다. 취업에 성공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적으로 1년 이상이다. 이 기간 동안 청년들은 밤을 새워가며 수백 개의 자기소개서를 쓴다. 그리고 삼삼오오 모여 다양한 면접 유형을 대비하는 그룹 스터디를 한다. 열정페이도 마다 않고 인턴도 한다. 이것도 모자라 주말엔 공모전 준비에 몰두한다. 이토록 혼신을 다해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우리 청년들을 사회의식이 부족하다거나 이기적이라고 매도할 수 있는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관점이다.

지인이 이야기한 것처럼 사회의 벽은 높고 기회는 한정되어 있다. 안타깝지만 그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모두가 똑같은 방식으로 현실에 저항해야 하는 것일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저마다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을 선택해 삶을 살면 된다. 요즘 젊은이들에 대해 어설픈 비판을 쏟아낸 지인에게 말해주고 싶다. ‘시리고 차가운 사회에서 살아낸다’는 게 바로 그 자체로 저항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피켓을 들고 서 있지 않다고 무기력하게 순응하는 것은 아니다. 청춘뿐 아니라 누구나 저마다 나름의 방식으로 현실에 저항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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