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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7월 19일] '퍼펙트 스톰' 경보

시커먼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수십년 만에 형성된 초대형 폭풍은 장기간 대량의 폭우를 쏟아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작금의 세계 경제를 기상예보에 비유한다면 이른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에 해당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혹자는 겁주는 게 아니냐고 깎아내릴지 모르지만 초유의 악천후에 대비하는 것은 손해볼 일이 아니기에 마음가짐을 단단히 할 필요는 있다. 이번 위기는 몇 가지 점에서 지난 19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와 다르고 그보다 규모가 클 것으로 관측된다. 첫째, 10년 전 아시아 통화위기 때는 미국 경제가 초유의 장기호황을 구가하고 유럽 경제가 통합하면서 규모를 키워가고 있어 금융위기를 아시아로 국한시킬 수 있었다. 미국과 유럽이 아시아에 구제금융을 제공할 여력이 있었고 덕분에 도미노처럼 번지던 위기의 불길을 태평양에서 저지했다. 하지만 지금 세계 생산력의 20%를 차지하고 금융자본의 50%를 장악하고 있는 미국에서 1980년대 이래, 어쩌면 1930년대 대공황이래 최악의 금융 부실이 터졌다. 미국은 중동의 오일달러와 중국 자금을 끌어당기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결국 스스로가 온갖 재원을 동원해 수술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자본은 경제가 좋을 때 해외에 투자하지만 경제가 나쁘면 해외투자 자산을 빨아당긴다. 한국 증시에서 한 달 가까이 미국 자본이 대량의 본국송금(repatriation)을 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 주가가 맥없이 무너지고 정부가 욕을 얻어먹으며 환율을 방어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둘째, 이번 위기는 처방이 마땅치 않고 처방을 하더라도 위태로운 방식을 써야 한다는 점이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인정했듯이 미국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다. 중앙은행이 쓸 수 있는 카드가 거의 없다. 경기침체를 막자니 금리를 내려야 하고 인플레이션을 잡자니 금리를 올려야 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나오는 방식이 전형적인 관치금융이다. 베어스턴스와 패니매ㆍ프레디맥에 대한 구제금융, 공매도(short sale) 금지가 바로 그것이다. 앞으로 1년 내에 100여개의 은행이 파산할 것이라는 뉴욕타임스의 분석도 있다. 결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대량의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할 상황이다. 다른 나라에 금융시장 자유화를 요구하던 미국이 도리어 자본통제(capital control)에 나서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셋째, 미국의 경기침체가 빠르게 전세계로 전염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자신만만해 하던 유럽도 경착륙 조짐을 보이고 지난 5년간 10% 이상의 고도성장을 구가해온 중국 경제에도 올림픽 이후 위험 신호가 나온다. 1980년대 미국이 장기침체에 빠졌을 때는 일본과 독일이 호황을 유지하고, 1990년대 일본과 독일이 불황에 진입했을 때는 미국 경제가 좋아 세계 경제가 균형을 이뤘다. 주요 선진국이 동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벌써부터 각국이 자기네만 살려고 교역장벽을 높이고 무역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미국 민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비준을 질질 끄는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이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갈수록 까다로운 교역조건과 수출 둔화라는 복병을 만날 수밖에 없다. 퍼펙트 스톰 예보가 나올 때는 배를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게 좋다. 우리 경제도 성장보다 내실을 다져야 할 때다. 봉급쟁이와 가난한 사람의 재산을 갉아먹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물자를 최대한 절약하는 방법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의논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일본은 마른 수건을 짠다는 심정으로 1970년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를 극복한 후에 1980년대 초유의 호황을 맞았다. 우리도 이번 고비를 이겨낼 때 선진국 도약의 밑바탕을 마련할 것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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