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보험사 지분을 매입하려는 것은 금융시장의 커다란 불안요소를 덜어주는 동시에 강력한 대출창구를 하나 더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미 보험사들은 지난해 이후 모기지 관련 자산에 대한 투자 손실로 총 930억달러 이상을 상각 처리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특히 리먼브러더스 등 대형 투자 은행들의 잇따른 파산으로 채권과 우선주 투자에서 크게 손실을 입었다. 또 회사채 가치 하락으로 미 실현 손실이 수십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낮은 금리로 이자 소득도 크게 줄었다. 이 때문에 미국 생명보험관련 주식들은 지난 9월 무려 45%가량이나 폭락했다. 자본 확충에도 비상이 걸려 메트라이프는 이번 달에 23억 달러의 자금 조달에 나서기도 했다.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투자은행에 가려졌을 뿐 보험사의 피해 규모도 만만치 않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미 정부가 은행권에 이어 보험사의 지분 매입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미 정부는 보험사들이 금융시장의 대표적 장기 기관투자자란 점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의 기업 채권 보유 규모만도 총 1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사회 안전망 구실을 하는 보험 산업이 흔들릴 경우 소비자의 불안감이 극에 달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미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이 같은 입장 변화를 반겼다. 조지타운대학의 제임스 앤젤 교수는 "지금 금융시장 분위기는 유동성을 조달할 수 없을 만큼 패닉으로 빠져 들고 있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사가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가 확정될 경우 자금 시장에도 청신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들은 그간 금융위기 과정에서 은행들처럼 대출을 꺼리고 현금을 쌓아둬 신용 경색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부적용도 예상된다. 우선적으로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이 문제되고 있다. 은행에 이어 보험사에도 공적자금을 투입할 가능성이 커졌지만, 금융위기로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다른 산업들은 돌보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제너럴모터스(GM) 등으로 대표되는 자동차 업체와 주정부 등은 연방정부에 자금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자칫 미 정부로서는 7,000억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구제금융 자금으로도 금융위기를 막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또 금융산업에서 정부의 영향력이 너무 커지고 있는 것도 고민이다. 은행에 이어 보험사도 국유화의 길이 열릴 경우 향후 금융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 정부의 입김이 과도하게 작용할 여지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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