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린하이펑9단은 '이중허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끈질김과 신중함이 그의 특징이었다. 이창호는 제비처럼 날렵한 행마를 자랑하는 조훈현의 제자였지만 마음속으로 동경한 사람은 린하이펑이었다. 이창호는 린하이펑의 끈질김과 신중함을 존경했고 그것을 닮아가려고 애썼다. 린하이펑의 기풍을 표현한 일본 평론가의 글 가운데 재미있는 것이 있다. '그는 돌다리도 두드려 본다. 그리고 안전하다는 판단이 서도 여간해서는 그 다리를 건너가지 않는다.' 이창호를 표현한 국내 평론가의 글에도 비슷한 것이 있다. '그는 수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웬만해서는 일부러 못 본척하고 넘어간다.' 흑67이 바로 그러한 이창호의 기풍을 여실히 보여준 수순이다. 즉시 참고도1의 흑1로 공격하면 백은 2로 막지 않을 수 없고 흑은 3 이하 9까지 백3점을 잡을 수가 있다. 이것은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그러나 이창호는 일부러 모른척하고 있다. 흑9까지 잡는 것은 크지만 백10으로 공격 당하는 후유증이 싫으므로 참은 것이다. 흑69로 물러선 것은 손해 같지만 이것이 정수이다. 참고도2의 흑1로 받는 것은 백이 2에서 4로 잡는 것이 선수가 된다. A의 치중수가 남으므로 흑이 보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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