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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사지 묶인 시장

“상대방 한손을 묶어놓고 해보다 안되면 두손 다 묶고 그래도 안되면 두발마저 꽁꽁 묶어 놓고 싸운다면 당연히 이기지 않겠습니까.” 최근 한 중견 건설업체 사장이 저녁식사 자리에서 한 말이 떠오른다. 적당히 취기가 오른뒤 사업이 어렵다는 푸념 끝에 나온 말이다. 답이야 뻔하지 않은가. “어린 아이라도 이길 수 있겠네요.” 요즘 주택시장을 바라보면 말 그대로 정부 정책에 사지가 꽁꽁 묶인 모습이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실제로 요즘 주택시장은 가격은 고사하고 거래마저 끊긴 지 오래여서 ‘실종’이란 단어조차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다. 시장의 길이란 길은 다 막혀있다. 대출로 취득의 길이 막혔고 양도소득세로 매도의 길이 차단당했다. 여기에 종합부동산세로 보유의 길도 막혔다. 신규분양 아파트조차 마찬가지다. 청약가점제는 무주택자들의 내집마련 길을 터준 반면 가장 큰 수요층인 1주택자들의 대체 취득길을 빼앗았다. 무주택자 역시 당첨기회는 많아졌다지만 최대 10년에 이르는 전매제한으로 재산의 자유로운 처분길이 막혀 버렸다. 건설업체들도 마찬가지다. 2기신도시 등 택지공급은 늘었지만 ‘공영개발’로 공공기관의 일감만 늘어났을 뿐 수십만, 수백만 평짜리 드넓은 택지는 대부분 건설업체에 남의 떡이다. 분양가상한제 확대로 자유로운 가격결정을 박탈당했고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상품을 팔기 위한 샘플(모델하우스) 만드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고 있다. 진퇴양난이요, 사면초가다. 시장의 침체에 반비례해 정부의 자신감은 넘쳐난다. 실제로 최근에는 집값 상승에 비교적 낙관적인 입장을 보였던 이른바 민간 전문가들조차 장기 보합ㆍ하락을 점칠 정도로 시장의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오히려 그동안 무관심하던 지방 미분양에 대해 투기지역 해제와 공공 매입을 통해 어려움을 덜어주겠다는 정부 대응에서는 이전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아량마저 느껴진다. 정부는 정말 정책이 성공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시장의 모든 기능들을 꽁꽁 묶어 놓으면 누구든 집값을 잡을 수 있다. 아무리 아마추어일지라도 말이다. 정책의 묘는 시장 기능의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필요한 효과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시장의 훼손을 ‘극대화’하면서 정부가 이룬 ‘집값 안정’에 쉽게 박수를 치기 힘든 까닭이다. ‘집값’이라는 나무 못지 않게 ‘시장’이라는 더 큰 숲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정책의 묘는 새로운 정권에서나 기대해 볼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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