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등의 영향으로 전세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서울에서 소형·중소형 아파트 전세가가 대형 아파트를 추월하는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소형 전세 수요는 급증하는 데 전세의 월세 매물 전환 등이 겹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소형·중소형 아파트의 전세가는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급등하고 있다. 전세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탓에 시세보다 비싼 매물도 시장에 나오는 즉시 계약이 이뤄질 정도다.
실제로 이달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신고된 강서구 등촌동 등촌대림아파트 89㎡(이하 전용면적)의 전세가는 3억4,000만원으로 같은 달 123㎡의 전세가(3억2,000만원)를 뛰어넘었다. 같은 단지 중소형 평형의 전세가가 중대형 평형보다 높은 것이다. 송파구 올림픽훼밀리타운의 경우에도 이달 84㎡의 전세가가 5억원으로 같은 달 117㎡의 전세가(5억원)와 같다.
등촌대림아파트 인근 D공인 대표는 "크기가 작은 아파트의 경우 워낙 수요가 많아서 집주인이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전세를 내놓아도 금방 계약이 이뤄진다"며 "중대형 아파트보다 소형·중소형 아파트의 전세 가격이 2~3배는 빠르게 오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세가가 급등하면서 서울에서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비싼 단지도 등장했다. 이번 달 강서구 염창동 삼성한마음 59㎡의 전세가는 2억8,000만원으로 가장 최근 신고된 4월 실거래가(2억7,800만원)를 추월했다.
실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세 가격은 소형 아파트일수록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이달 서울 60㎡ 이하 아파트의 3.3㎡ 당 평균 전세 가격은 1,55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1,459만원)과 비교해 6.24%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85㎡를 넘는 아파트의 3.3㎡당 평균 전세가격은 1,953만원으로 지난해(1,897만원)에 비해 2.95% 오르는 데 그쳤다.
고준석 신한은행 동부이촌동지점장은 "최근 중소형 아파트 전세가는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일 정도"라며 "현 상황에서는 중소형 아파트 전세가의 고공행진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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