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를 중심으로 금융허브 전략을 펴온 서울시에 비상이 걸렸다. 한해 100조원을 굴리는 우정사업본부가 지난해 말 세종시로 이전한 데 이어 내년에는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마저 전주혁신도시로 가게 돼서다. 연기금 등 큰손들이 잇따라 지방으로 내려가면서 금융허브 전략의 동력을 잃은 것은 물론 당장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 외국 금융기관을 추가 유치하기로 한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한해 운용자금이 100조원에 달하는 우정사업본부는 이미 지난해 말 세종시로 내려간데다 국민연금도 최근 전주혁신도시로 단계적 이주를 시작해 내년 10월에는 기금운용본부마저 서울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기금운용본부는 우정사업본부보다 5배 많은 500조원을 운용하는 큰손 중의 큰손이다.
이에 따라 여의도를 중심으로 금융허브 전략을 추진해온 서울시는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당장 직면한 문제는 IFC에 외국계 금융기관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다. 금융산업의 핵심기관이 모여 있어야 외국 금융사들의 입주도 가능한데 큰손들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기업유치 메리트가 떨어지게 됐다. 임승태 한국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연기금이 지방으로 내려가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축적된 자본시장 메커니즘이 더 발전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서울과 부산을 동시에 금융허브로 키우려는 정부의 '투포트(two-port)' 전략도 금융허브 서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전략에 따라 부산 문현금융지구에는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던 한국거래소나 예탁결제원·한국수출입은행 등이 대거 이전했다. 하지만 문현지구 역시 외국 금융기관 유치가 전무해 서울과 부산의 글로벌 금융경쟁력이 함께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서울의 글로벌 금융경쟁력 상승세가 눈에 띄게 둔화되면서 지난 3년 동안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서울의 국제금융센터지수(GFCI)는 2011년 3월 세계 16위에서 2012년에는 6위로 급등했지만 지난해 3월 7위, 9월 8위, 올 3월에는 7위를 기록하며 계속 7~8위를 맴돌고 있다. 공교롭게 금융 공기업의 지방이전과 맞물린다. 부산은 올 3월 현재 24위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외국 금융기관이 느끼는 서울의 매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뜩이나 서울에서 할 수 있는 비즈니스가 줄어드는 상황에 연기금들마저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외국 금융기관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1시간의 미팅을 위한 지방 방문 등에 하루를 소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래서 아시아 각국을 방문할 때 한국을 건너뛸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곳도 있다고 서울시 관계자는 전했다. 서울시가 최근 외국계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 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기금 지방이전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70% 이상이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IFC에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 등 연기금의 서울사무소 유치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역 현지주민들의 반발 등으로 실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운열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서울 한 곳에 금융산업을 집중 육성해도 중국· 일본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상황인데 이를 서울과 부산으로 쪼개놓았다"면서 "이대로 가면 서울과 부산 모두 실패하며 한국의 금융경쟁력이 더 떨어지고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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