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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 자로 잰듯 퍼펙트 퍼트… 위기서 더 빛난 강심장

■ 우승 원동력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박인비(25ㆍKB금융그룹)의 메이저 대회 2연승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4승 달성 원동력은 강인한 정신력과 특유의 퍼트 솜씨였다.

박인비는 1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피츠퍼드 로커스트힐CC(파72ㆍ6,534야드)에서 열린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연장 접전 끝에 우승컵에 입맞췄다. 그는 3타를 잃어 최종합계 5언더파 283타로 카트리오나 매슈(44ㆍ스코틀랜드)에 동타를 허용했으나 3차까지 가는 연장 접전 끝에 승리했다. 지난 4월 나비스코 챔피언십에 이어 이번 시즌 열린 두 차례의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싹쓸이했다.

박인비는 이번에 33만7,500달러(약 3억7,700만원)를 획득해 시즌 상금(122만달러)과 올해의 선수상 포인트 1위를 지켰고 세계 1인자 자리도 9주째 수성했다.

◇위기 이겨낸 강심장=이번 대회 1라운드가 순연된 탓에 박인비는 이날 하루 3ㆍ4라운드를 한꺼번에 치른 것도 모자라 연장전 3홀까지 39홀의 피 말리는 마라톤 경기를 소화했다. 지난해 2승에 준우승은 여섯 차례 기록한 박인비였지만 올해는 기회가 오면 확실히 승수를 쌓는 최강자의 위용을 보이고 있다.

2라운드까지 모건 프레슬(미국)에 2타 뒤진 공동 2위였던 박인비는 이날 3라운드에서 4타를 줄여 선두에 오른 뒤 4라운드 13번홀까지 타수를 지켜 한때 3타 차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체력 부담 때문인 듯 14번과 16번홀(이상 파4)에서 보기를 적어냈다. 먼저 경기를 마친 매슈에 1타 앞선 채 맞은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박인비는 위기에 몰렸다. 드라이버 샷을 왼쪽 깊은 러프에 빠뜨렸고 퍼터로 친 네 번째 샷을 홀 가까이 붙여 어렵사리 보기를 기록하면서 매슈와 연장전에 들어갔다.



막판 실수로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도 있었지만 박인비는 흔들리지 않았다. 18번홀에서 열린 두 차례 승부를 비긴 박인비는 3차 연장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렸다. 반면 매슈는 티샷이 흔들려 4타 만에 그린을 밟았다. 두세 차례 퍼트를 해도 우승할 수 있었던 박인비는 5m가량의 버디 퍼트를 그대로 홀에 떨궈 깔끔하게 경기를 마감했다.

◇컴퓨터 퍼트=까다로운 코스에서 열리는 메이저 대회를 연속 제패한 열쇠는 역시 정교한 퍼트였다. 3라운드에서 버디를 6개(보기 2개)나 잡아내 선두에 나설 수 있었고 4라운드 마지막 홀을 보기로 막은 것도 퍼트의 정확한 거리감 덕분이었다.

박인비의 '명품 퍼트'는 왼손을 오른손보다 아래쪽으로 잡는 크로스핸디드 그립(역그립)과 끊임없는 노력에서 나온다. 역그립은 일반적으로 손목 사용을 억제하고 체중을 왼발 쪽에 배분해 특히 방향성이 뛰어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박인비는 "한동안 샷이 좋지 않았을 때 그린을 자주 놓쳤다. 그로 인해 다양한 상황에서 어프로치샷을 한 뒤 중요한 파 퍼트를 꼭 넣어야 했기 때문에 쇼트게임과 퍼트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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