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어지는 빗줄기에 강한 바람, 빠른 조류, 바로 앞도 안 보이는 물속….'
세월호 침몰 이틀째를 맞아 구조수색이 본격화됐지만 나빠진 날씨와 거센 물살에 작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해 피해자 가족들을 더욱 애타게 하고 있다. 정부와 군, 민간은 잠수특공대를 비롯한 잠수부 555명을 대거 투입해 혹시라도 살아 있을 생존자 찾기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역대 국내에서 발생한 해난사고 가운데 가장 많은 잠수부가 투입됐다. 하지만 강풍 등에 구조작업에 투입된 잠수부들까지 한때 실종될 정도로 현지 기상 사정이 좋지 않아 기대와 달리 구조는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17일 비가 내린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3㎞ 해상은 실종자를 찾기 위한 함정과 민간 선박 169척, 항공기, 그리고 잠수부들로 가득했다.
잠수부들은 한시라도 빨리 구조자를 찾기 위해 연신 차가운 물속에 몸을 내던졌다. 하지만 이날 거센 조류와 탁한 물속 시계 등으로 전날 새벽부터 시도한 선박 내부진입이 번번이 실패했다. 선내 진입을 위한 탐색줄 연결작업 역시 쉽지 않을 만큼 상황은 나빴다. 전날 비교적 잠잠하던 파도가 이날 더 성을 내면서 좀처럼 선내 진입을 허용하지 않은 것이다. 사고지점을 맴도는 함정에 나부끼는 태극기가 마치 찢어질 듯이 소리를 낼 정도로 진도의 바닷바람은 거셌다.
이날 진도 해역의 경우 초속 10~12m의 강풍에 파도는 1~3m에 달하는 등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다. 수온은 11.2도로 물 밖의 시정거리는 2.5㎞에 불과했다. 바닷속은 펄들로 인해 한 치 앞을 보기 힘들 정도로 탁해 사실상 특수훈련을 받은 잠수부들조차 손으로 더듬어 가면서 작업을 해야 할 만큼 나빴다.
실제로 이날 현장에 투입된 구조대원들은 물속에 들어간 지 채 1분도 안돼 잠수한 선수 위치에서 100m나 흘러간 선미 부분에서 다시 고개를 내밀고 거친 숨을 내쉬는 등 힘든 작업을 진행해야만 했다.
특히 진도 부근은 18일까지 유속이 최대 10㎞에 달할 정도로 빨라질 것으로 보여 하루 중에 물살이 약해지는 틈을 타서 구조작업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지 구조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구조활동을 벌이기 가장 좋은 시간은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정조 시간이다. 따라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해당 해역의 정조 시간인 오전7시, 낮12시45분, 오후7시 전후에 잠수부들이 집중적으로 수색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이날 오후2시께는 구조작업에 투입된 대한수중협회 소속의 민간 잠수부 3명이 거센 조류에 떠밀려 실종됐다가 다행히 10분 후에 근처의 낚싯배가 발견해 구조해 관계자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 아찔한 상황까지 발생했다. 지난 2010년 천안함 사고 때 수중작업에 나섰다가 변을 당한 고 한준호 준위 사건을 떠올리게 한 순간이었다.
유영 해양경찰청 예방지도과장은 "사고 현지의 기상상황이 매우 좋지 않아 작업을 계속할 수 없어 한때 투입인력을 철수하기도 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날 잠수부들이 악천후에 선내 진입에 번번이 실패하면서 사실상 구조는 물 위로 떠오른 5구를 인양하는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또 세월호에 공기를 주입해 선체를 조금이라도 더 들어 올려 실종자의 생존 확률을 높이는 작업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세월호가 6,825톤에 달하는 워낙 큰 규모의 여객선이어서 진행이 원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기주입 작업은 당초 이날 오후12시30분께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장비 확보 등에 문제가 생기면서 오후5시께로 늦춰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고명석 해양경찰청 장비기술국장은 "악천후와 수중 시계가 채 1m도 되지 않아 선체 수색작업이 상당히 난항을 겪고 있다"며 "더구나 선체가 바닥에 박혀 있으면 생존자 구조에 더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가능한 모든 인력과 장비를 투입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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