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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30일 KB 이사회 경우의 수로 본 앞날

이번에는 출구를 찾을 수 있을까. 수천억원 규모의 전산 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국민은행 내분 사태가 30일 오후6시 이사회를 계기로 중대한 고비를 맞는다. 금융당국 조사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등 수뇌부에 대한 계좌 추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만큼 표면적으로라도 갈등이 봉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간 전산 시스템 교체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한 감사보고서 상정 자체를 거부했던 이사회는 30일 이를 채택해 논의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린 상태. 하지만 지금까지 감사보고서의 내용을 몰라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것은 아닌 만큼 양측이 쉽게 타협점을 찾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상황에서 물러선다는 것은 이번 내분 사태의 원인 제공자임을 자인하는 꼴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외이사, 행장 의견 조건부 수용

시스템 교체 잠정중단 가능성


이건호 국민은행장 측은 이번 이사회에서 금융감독원 특검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유닉스 시스템 도입을 위한 업체 선정을 중단하고 내년 7월까지인 IBM의 메인프레임 계약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템 전환에 최소 13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금감원 조사가 끝나기 전에 섣불리 유닉스 시스템을 운용할 업체를 선정할 경우 나중에 더 큰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 사외이사들은 이 같은 이 행장 측 의견을 조건부로 받아들이고 잠정적으로 시스템 교체를 미룰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정병기 감사의 감사보고서 자체에 심각한 하자가 있지 않은 이상, 사외이사들이 계속 감사보고서를 묵살할 명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외이사들은 대신 금감원 조사에서 별문제가 나오지 않을 경우 행장과 감사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사외이사 기존 결정 재표결로 강행

이건호 행장측 법정싸움 갈수도


문제가 된 감사보고서에 대해 이사회에서 다시 격론이 벌어진 후 표결을 통해 유닉스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강행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갈등의 표면적인 원인이 '이사회가 감사보고서의 논의 자체를 거부했던 것'인 만큼 절차상 문제만 해결된다면 문제가 없지 않느냐는 입장을 사외이사들이 보일 수 있다는 것. 사외이사들과 행장 측 간 갈등의 골이 너무 깊어진 데다 기존 입장을 양보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상당하다는 점이 이런 시나리오를 추측하게 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김중웅 사외이사회 의장과 이 행장, 정 감사 측과의 감정 대립은 돌아서기 힘든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 경우 이 행장 측은 이사회의 효력 정지를 위한 가처분소송 등으로 맞서면서 법정싸움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사회 재연장

금감원 조사 윤곽 잡힌 후 다시 개최


은행 이사회가 지난 23일처럼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다시 연장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임 회장이 30일까지 갈등을 해결하도록 했지만 감사보고서 내용의 심각성을 감안하면 한 번의 이사회로 결론이 나기 힘들 수 있다. 금감원의 조사 방향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후 이사회가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다시 지지부진한 대립만 계속되는 가운데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수뇌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29일 마감된 국민은행의 유닉스 전산 시스템 운영 업체 입찰에는 기존에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SK C&C 이외에 추가로 제안서를 제출한 업체가 나타나지 않았다. 단독 입찰인 SK C&C와 시스템 전환 구축 계약을 위한 협상에 들어가게 됐지만 계약이 체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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