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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글로벌 경쟁력은 곧 표준화


기업의 경쟁력은 기술력이다. 그러나 기업이 경쟁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기술에 대한 전략적 활용 능력, 즉 '표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한다. '표준'은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평가 결과이자 선호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표준화를 통해 가격 경쟁력 등을 실현하고 시장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오늘날 글로벌 기업들은 표준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그렇다면 의료서비스는 어떨까.

세브란스병원에서 시행되고 있는 분만 후 자궁출혈 산모 처치팀의 예를 들어보자. 개인 산부인과에서 첫 아이를 분만한 36세 산모 이씨가 분만 직후 갑작스런 대량 출혈로 혈압이 떨어지고 의식이 혼미해진다.

산부인과 의사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응급치료가 가능한 세브란스병원으로 응급치료를 요청한 후 급히 환자를 후송한다.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는 응급진료센터로 상황을 알리고 환자에 대한 '긴급 공지'를 전산에 띄운다. 동시에 중재시술실ㆍ중환자실ㆍ원무과 등 관련 부서에 휴대폰문자메시지(SMS) 공지를 띄우면 환자가 도착하기 전 본격적인 준비가 일사천리로 이뤄진다.

이렇게 응급 상황에 대한 준비가 시스템화 돼 있으면 환자에 대한 검사나 수혈, 치료가 신속히 이뤄질 수 있다. 더군다나 이씨와 같이 건강한 산모에게도 예측불허로 발생하는 대량 산후 출혈의 경우, 적시에 이뤄지는 응급치료 덕분에 목숨을 건진 것은 물론, 가임기 여성으로서 자궁적출을 피할 수 있다는 실로 엄청난 이득이 있었다.

특정 질환에 대한 진료순서와 치료 과정의 표준화를 통해 환자에게 최상의 치료를 일괄되게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표준화된 진료 과정을 의료 현장에서는 '표준진료지침(critical pathway)'이라고 한다. '알고리즘', '가이드라인', '프로토콜'이라는 말과 혼용해 사용하지만 표준진료지침은 이 모든 과정을 포함하는 보다 광의의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표준진료지침의 개발은 단계별 담당자들로 이뤄진 팀이 구성돼 진료 과정을 분석하고 역할을 분담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를 통해 누락되거나 부족한 단계를 보완하며, 진료 지연의 원인이 되거나 불필요하게 반복되는 과정을 수정할 수 있다. 또 치료 과정에 대한 평가 틀을 갖게 됨으로써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관찰되는 문제점을 수정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본원의 경우 지난 수년간 다양한 표준진료지침을 개발해 응급환자의 진료에 있어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다. 뇌졸중, 심근경색, 패혈증쇼크, 대량 산후 출혈 환자에 대한 급성기 진료지침이 대표적인 사례다. 매년 50여개의 표준진료지침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고, 이를 통해 환자의 안전과 의료의 질 향상을 효율적으로 도모할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글로벌 표준을 내세워 세계시장을 공략한다면 병원 현장에서는 합리적인 표준진료지침의 개발이 선진 의료문화를 창조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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