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시장 예상대로 역대 최저치였던 기준금리를 다시 인하한 직후 2일자(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평가다.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돈 풀기에 나서기는 유럽뿐만 아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역시 제조업 등 주요 경제지표의 개선 추세가 꺾이자 3차 양적완화(QE3)를 유지하기로 했다. 일본에 이어 영국ㆍ호주ㆍ뉴질랜드ㆍ러시아 등도 금리 인하, 양적완화 등을 검토하는 등 주요국들이 일제히 대대적인 돈 풀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우선 유로존이 금리인하 등을 단행한 것은 경제위기가 남유럽 주변국에서 프랑스ㆍ독일 등 핵심국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된 유로존의 4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 2011년 9월 이후 21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날 프랑스와 독일 등 유로존 핵심국 경제 여건의 악화가 금리 인하의 주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반기부터는 경제 회복이 시작돼야 하지만 여전히 하방 위험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유로존이 지난 1ㆍ4분기까지만 해도 금리 인하 시점을 6월 통화정책회의 이후로 잡고 본격적인 금리 인하보다는 기업금융 확대 등 기타 수단을 내놓을 것이라는 평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셈이다.
일본과 미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로 유로화의 환율 절상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도 ECB 금리 인하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각국이 자국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잇달아 완화책을 쏟아내면서 자국 경쟁력의 유지를 위해서라도 추가적 조치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금리 인하는 주요 통화 대비 유로화 가치의 인하를 유도해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다. 환 가치가 낮아지면 외국 시장에서 유럽 제품의 가격이 더 싸지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연준도 1일(현지시간) 현행 QE3 기조를 더 유지하기로 결정, 연준이 조기에 '출구전략'에 돌입할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평을 낳았다. 벤 버냉키(사진) 연준 의장 역시 지난번 회의만 하더라도 실업률이 6.5% 밑으로 떨어지거나 물가상승률이 2%(최고 2.5%)를 웃돌 경우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었다.
특히 연준은 "노동시장 회복 및 인플레이션 전망에 따라 자산매입 프로그램의 확대나 감소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미묘한 입장변화를 나타냈다. 얼핏 중립적인 발언으로 보이지만 시장에서는 당분간 양적완화 유지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9월 3차 양적완화가 실시된 이래 '확대'라는 발언이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국의 완화 조치가 실질적인 회복세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날 ECB가 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유로존 경기침체를 막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중장기 슬럼프' 상태로부터 회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실제 ECB의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유로존 전반의 경기 침체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으로 해석되면서 유럽 국가의 증시가 대부분 하락세를 보였다. 드라기 총재는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필요할 때까지 부양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혀 향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각국이 서로 완화책을 쏟아내기 시작한다면 경제여건 개선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뜻"이라며 "유로존의 경제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재정 적자 개혁 등이 뒤따라야 하지만 완화기조 일색으로 변모해 이마저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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