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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개막한 인천 아시안게임(10월4일 폐막)이 반환점을 훌쩍 돌아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홈 어드밴티지를 앞세운 한국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의 금메달 76개를 넘어 90개 이상을 따낸다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현재로서는 목표 달성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9일 오후까지 한국의 금메달은 43개. 하루에 금메달 11개를 쓸어담을 것으로 예상됐던 28일 '골든데이'에도 7개에 그치는 등 금메달이 유력했던 종목들에서 기대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일본이 34개로 추격 중이라 한국은 5회 이상 2위 수성에 여유가 별로 없다. 반면 세계 스포츠의 공룡 중국은 순항 중이다. 현재 금메달 109개로 독보적인 선두. 남은 종목들에서도 강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일 불붙는 2위 전쟁=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과 일본(48개)의 금메달 개수 차이는 28개였다. 당시 4위 이란의 금메달 수(20개)보다도 많은 격차였다. 한국은 홈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2002년 부산 대회 때의 금메달 96개를 넘어 일본을 더 멀리 떼어놓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박태환(25·인천시청), 양학선(22·한국체대), 진종오(35·KT), 김장미(22·우리은행) 등 믿었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이 금메달(개인전)을 못 땄다. 펜싱과 우슈 등 일부 종목에서 기대 이상의 많은 금메달이 나왔지만 금메달 4개를 기대했던 골프에서 1개에 그치는 등 '효자종목'들의 효자 노릇이 이전 대회에 비해 부족했다. 사격도 금메달 8개를 따내기는 했지만 4년 전 광저우 대회 때의 13개에 못 미쳤고 8개 전 종목 석권을 노렸던 양궁 역시 금메달 5개에 만족해야 했다. 경쟁국들의 견제가 심해진 한편 한국 선수들은 우승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시선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 유치가 지난해 9월 확정된 뒤 엘리트 스포츠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세계인의 시선이 모이는 2020년 올림픽에서 정상을 위협하는 성적을 과시하기 위해서다. 그 첫 번째 시험대가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인 셈이다. 남자 수영의 샛별 하기노 고스케(20)도 2020년을 바라보는 일본의 최고 기대주다. 하기노는 이번 대회 최다인 7개의 메달(금메달은 4개)을 수집하며 박태환과 쑨양(중국)의 시대에 제동을 걸었다. 그는 선수단 전체 최우수선수(MVP) 강력 후보이기도 하다. 남은 기간 일본은 육상과 공수도 등에서 금메달 행진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으로서는 30일부터 시작되는 태권도에서 목표인 금메달 6~8개가 나와줘야 일본과의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중국 200개, 잡힐 듯 말듯=중국은 하루 평균 10~11개의 금메달을 흡입하고 있다. 덕분에 1982년 뉴델리 대회부터 9회 연속 종합 1위는 떼놓은 당상이다. 하지만 2010년 자국 대회에서의 금메달 199개를 넘어 사상 최초 200개 이상 획득은 쉽지 않아 보인다. 쑨양이 3관왕에 오르고 17세 소녀 선둬가 4관왕을 차지하는 등 수영에서 여전한 금메달 몰이를 계속했지만 육상에서 중동세의 거센 도전에 주춤하는 모습이다.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바레인 등은 '오일머니'를 앞세워 에티오피아·모로코· 케냐 등 아프리카 출신의 뛰어난 선수들을 귀화시켜 중국의 금메달을 가로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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