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델은 꼭 짐차 같아서 싫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왜건을 싫어한다. 왜냐고 물으면 열에 아홉은 이처럼 답할 게 뻔하다. 볼보가 최근 국내에 출시한 XC70을 만난 순간 ‘짐차스러움’ 때문에 ‘폼’이 나지 않는 왜건이 싫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이 차를 꼭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한 마디로 잘 빠졌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XC70은 왜건의 편리성과 세단의 멋스러움을 한 몸에 담아내고 있다. 볼보의 섬세함은 XC70 내부에서 더 빛을 발휘했다. 뒷좌석 시트가 간단히 반으로 접히면서 훌륭한 어린이용 시트로 변신한다. 도무지 차 안에서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대여섯 살 이상의 자녀를 둔 부모라면 이 ‘부스터 시트’에 감동할지 모른다. 시승에 ‘동행’한 다섯 살배기 아들이 운전 내내 자신의 몸에 꼭 맞는 시트에서 안전벨트를 하고 얌전히 앉아있는 ‘신기함’을 보였다. 운전자의 편의를 위한 운전석 디자인 역시 볼보의 ‘배려’가 느껴진다. 정돈된 센터페시아의 각종 버튼들은 이 차를 처음 접해보는 운전자에게도 무엇을 누르면 어떤 기능을 하게 될지를 분명히 알려준다. 주행 중 갑자기 ‘띠리리’하는 경보등이 울린다. ‘차량이 방향지시등 없이 차선을 벗어났으니 주의하라’라는 경고다. 볼보 XC70이 자랑하는 ‘차량 이탈 방지시스템’은 졸음운전에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엔진음은 다소 크게 들리지만 주행 성능은 떨어지지 않는다. 2,000~2,750rpm에서 발휘되는 40.8kgㆍm의 최대토크 덕분에 가속력도 탁월하다. 또 XC70의 4륜 구동시스템은 평상시에는 95%의 동력으로 앞바퀴를 돌리지만 미끌림이 생기면 뒷바퀴로 동력의 50%가 옮겨져 빗길에서도 안정감 있는 주행을 유지해준다는 게 볼보 측의 설명이다. 안전을 위한 볼보의 장인정신은 높이 살만 하지만 좌우 사각지대에 물체가 있을 때 붉은 표시등으로 보여주는 ‘BLIS(Blind Spot Information System)’는 수시로 번쩍거려 오히려 운전을 방해하는 ‘사족’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볼보 XC70은 내 가족을 태우고 싶은 ‘패밀리 카’로서 부족함이 없었다. 또 한 대의 차로 다양한 연출을 원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만족시켜줄 차임에도 틀림없다. 볼보가 강조하는 MUV(Multi Utility Vichle),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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