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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감추고 싶었던 청소년시절 끄집어냈죠"

황석영 자전적 성장소설 '개밥바라기별' 출간


“고등학교시절 문예반으로 시작한 내 문학이 한참 먼 길을 돌아 다시 문예반으로 돌아온 기분입니다.” 손님ㆍ심청ㆍ바리대기 등 동아시아적 형식을 빌려 서구의 문제를 주제로 한 소설을 써 온 소설가 황석영(64ㆍ사진)씨가 자전적인 성장소설 ‘개밥바라기별’(문학동네 펴냄) 출간을 기념하며 이같이 말했다. 인터넷 포털 네이버에서 5개월간 연재한 후 다시 손을 봐 책으로 나온 ‘개밥바라기별’의 주인공은 작가의 분신이기도 한 16세 소년 ‘유준’과 그의 친구들. 그는 소설을 통해 고등학교 자퇴, 가출, 무전여행 등 정규 교육과정을 거부했던 자신의 청소년기를 고백하듯 털어놓는다. “소설가가 아니었으면 평생 들춰내고 싶지 않았던 회한 많고 감추고 싶었던 어린 시절을 끄집어 냈어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J.D. 셀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등 서양에는 거장들이 쓴 성장 소설이 많지만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이 장르가 약한데 아마도 급격한 경제발전으로 사회와 단절된 채 개인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비판을 받던 사회적 분위기 탓일 것입니다. 그러나 사소한 개인의 내면이 없었다면 정치적인 현실이 나올 수 있겠어요? 사건이 터지면 완전히 해결하지 않고 대충 ‘땜빵’하듯 그간 지나왔는데 개인이든 사회든 과거에 대충 막아놨던 구멍 마개를 열어 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죠.” 그가 책을 쓴 계기는 1989년 12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집단과 이념의 억압에서 벗어난 ‘아름다운 개인’을 지켜본 경험과 5년간 감옥 생활에서 느낀 ‘일상의 소중함’에서 비롯됐다. 그는 “바리대기의 독자들 중 20~30대가 80%를 차지하는 것을 보고 이들을 새로운 독자로 끌어들이기 위해 책을 쓰고 싶었다”며 “지난 몇 달간 사춘기 소년 소녀들의 광장(인터넷 블로그)에서 이들과 소통하면서 글을 쓸 수 있었던 점은 행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설이 연재되는 동안 벌어진 촛불집회로 문학적인 독립성을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는 그는 “구 운동권 세력들이 대거 블로그에 들어와 촛불집회 참가를 종용했지만, 다행히 독자들은 소설의 테두리에서 스스로의 내면세계를 바라보는 데 열중했다”며 “수 많은 별이 모여 은하수를 이루듯 개인의 내밀한 모임이 광장을 형성해 개밥바라기 별을 읽는 사람들간의 연대가 생겨나는 흥미로운 경험”이라고 말했다. 책은 발간된 지 일주일이 채 되지않아 베스트셀러 20위권에 안착하면서 일찌감치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다. 차기작도 이미 구상이 끝났다. 작가는 이번 소설을 쓰면서 경험했던 인터넷 글쓰기 형식을 동원해 ‘강남 형성사’를 소재로 새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과거처럼 큰 단락으로 거대한 메시지를 푸는 방식이 아니라 작게 함축해 그 속에 이야기를 집어넣을 생각”이라며 “강남의 인물을 우리 근대 민중 연예의 총아라고 할 수 있는 꼭두각시 놀음 형식으로 쓰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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