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팔가 해전이 있기 불과 2년 전인 1803년. 나폴레옹이 황제에 오르기 직전인 유럽은 폭풍전야와 같이 가라앉아 있었다. 하지만 해상에서는 주요 국가들이 패권을 놓고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영국 해군의 대위 잭 오브리는 꿈에 그리던 함장의 자리에 오른다. 하지만 행복도 잠깐. 유능한 장교와 선원들은 모두 전임 함장이 데려갔으며, 전함도 슬루프형(150~300톤 정도의 가장 작은 군함)이라는 말에 그는 좌절하고 만다. 당시 가장 작은 전함이 74문의 거포가 장착된 데 반해 HMS 스피디호에는 14개의 대포가 전부라는 것만 봐도 상황의 열악함을 알 수 있다. 역경은 주인공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법. 오브리는 좌절하지 않고 순항 준비에 들어간다. 영국의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저자는 영국 해군의 전설로 실존인물인 토머스 코크레인 함장의 전설적인 승리를 소설로 재현해 냈다. 작은 슬루프형 전함으로 50여척 이상의 적함을 나포하고 세배나 더 큰 에스파냐 대형 군함 엘 가모와 맞서 싸운 오브리 함장의 지략이 19세기 유럽 역사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호메로스, 제인 오스틴, 톨스토이와 비견되는 저자의 함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실존 인물의 활약상을 사실적이면서도 격동적으로 그려낸다. 책은 저자의 대표작 '오브리 머투린 시리즈' 중 지난해 9월에 번역된 '마스터 앤드 커맨더'에 이어 두번째 작품이다. 총 2권. 각권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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