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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문제 논의 타결이 임박했음을 시사하면서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6월22일), 광복 70주년(8월15일)을 앞두고 양국 간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경우 한일 관계 회복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경제신문은 신각수 전 주일대사,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장달중 서울대 명예교수, 진창수 세종연구소 소장(가나다순) 등 한일관계 전문가 4명에게 '한일, 새로운 50년 이렇게 풀어나가자'를 주제로 한일 관계 전망과 수교 50년에 대한 평가 및 향후 50년을 위한 정책 제언을 들어봤다.
유 전 장관은 "지난 1965년 한일협정 체결 후 중국이 부상하면서 동북아시아 세력 균형에 변화가 생겼고 특히 냉전이 종식되면서 우리와 중국의 관계가 좋아진 반면 한일·한미일 간에 공유했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못하면서 갈등이 생겨났다"고 한일 관계 악화 원인을 분석했다. 그는 "과거 한일 관계는 복원력이 있어 어려움이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정상화됐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좋아질 상황이 아니다"라며 "의식적으로 (관계 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에 대해 유 전 장관은 정부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계와 문화계·언론계·경제계·사학계 등 민간 모든 분야에서 한일 관계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인식이 나와야 한다"면서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민족주의(nationalism)가 더 강하게 작용하는 만큼 지방자치단체 간 교류를 활성화하는 방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전 대사는 "현재 동북아시아는 경제 면에서의 상호 의존성은 높아지는 반면 안보 측면에서는 대립 요인이 있는 '아시아 패러독스(모순)'에 빠져 있다"면서 "한일 향후 50년의 과제로 21세기 한반도와 동북아·아시아태평양·글로벌 차원을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협력의 패러다임'을 마련해 상호 이익이 되도록 '윈윈 시추에이션'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일 정상회담이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지는 것이 양국 관계 정상화에 꼭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유 전 장관은 "가까운 이웃이 정상회담을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역사 인식 때문이기는 하지만 풀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전 대사도 "한국이나 일본 모두 정상외교가 상당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올해 내에 정상회담이 꼭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상회담은 한국이나 일본에서 개최되는 것이 한일 관계 회복 차원에서 가장 좋으며 차선책으로 한중일 정상회담이나 하반기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방안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전 대사는 또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전 총리 간 '한일 파트너십 선언'처럼 향후 50년을 내다보는 한일 미래비전에 대한 새로운 한일공동선언을 발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진 소장은 "아무것도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정상회담만 하면 의미가 없다"면서 "지금 상황에서는 서로 노력하되 꼭 올해 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일본 측의 반성과 사죄를 요구하면서도 경제와 안보 등의 분야에서는 협력을 지속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1984년 미소 군축협상 당시 레이건 대통령이 제안한 '엄브렐러 방식'을 한일관계에도 적용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위한 우산 속에서 역사와 안전보장, 경제협력, 환경, 보건·의료문제 등 여러 이슈를 협의해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엄브렐러 방식은 미국과 소련이 우주무기·전략?무기·중거리무기 등 6개 분야를 하나로 통합해 이들을 연결시키며 진행했던 군축협상 방식이다.
박 대통령이 12일 WP와의 인터뷰에서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협의와 관련, "상당한 진전이 있었으며 현재 협상의 마지막 단계에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 진 소장은 "한일관계가 악화된 원인이 위안부 문제인 만큼 이 부분에서의 진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 소장은 또 "오는 8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종전 70년 담화에서 이에 대해 일본 정부 차원의 반성과 사죄를 표현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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