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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일본 국회에서는 '자녀수당'폐지를 둘러싸고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모든 자녀 한 명당 2만6,000엔의 현금을 나라에서 지급해주겠다는 민주당의 대표 공약인 '자녀수당'은 일본의 극심한 재정난과 대지진이라는 현실의 벽이 부딪쳐 일찌감치 폐지 또는 대폭 수정이 예고돼 왔다. 이날 공방은 자녀수당 지급 시한이 만료되는 10월부터 수당을 폐지하자는 야당 자민당과 이에 난색을 표하는 민주당 측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끝이 났다. 자민당은 자녀수당 문제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면 적자국채 발행을 위한 법안을 통과시키기 않을 방침이다. 그리고 거센 퇴진압력에도 물러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적자국채 발행법안 처리를 자신의 퇴진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대지진과 달러당 77엔대가 이어지는 초유의 엔고(円高), 심각한 재정난으로 과거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리더십을 필요로 하는 일본은 지금 정치권의 계속되는 정쟁과 리더십을 발휘하기는커녕 국민들 사이에서 아예 존재감 자체가 없어진 총리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회가 끝나는 이달 말까지 정부의 리더십을 회복해 재정난 타개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일본의 국채등급 추가 강등은 불가피해 보인다. 일본 경제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고는 하지만 전통적으로 '안전자산'으로 인정받아 온 일본이 국제시장에서 신뢰를 잃는 순간 세계 경제에 몰고 올 파장은 적지 않을 것이다. 유럽과 미국은 어떤가.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각국의 입장을 통솔해나갈 리더십을 잃은 유로존은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재정위기로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가고 있다. 최근에는 그나마 굳건히 버텨온 독일마저 경기 둔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디폴트 일보 직전까지 내몰리며 세계 경제에 찬물을 제대로 끼얹은 미국에서도 역시나 문제가 된 것은 리더십의 부재였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대선을 일년 여 앞둔 시점에서 벌어진 치열한 공방 앞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강력한 경고는 좀처럼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렇듯 선진 강국들에서 잇따라 불거진 리더십의 부재는 결국 금융위기에서 간신히 회복되려던 세계 경제를 다시 침체의 늪으로 몰아넣고 있다. 지표가 악화돼도 리더십이 살아 있다면 경제를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다. 하지만 소위 경제강국들의 리더십이 무너진 지금 곳곳에서 드러나는 글로벌 경기둔화의 조짐은 글로벌 경제에 휘몰아칠 심각한 혼란의 전주곡이 될 수 있다. 각국의 지도자들이 경제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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