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중은행의 유동성 위기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으며 25일 중국 증시가 연 이틀 하락세를 이어갔다. 전일 상하이종합지수가 5% 넘게 떨어진 데 대한 영향을 받아 다우지수가 하락하자 이날 중국 증시도 장중 한때 5.75%나 폭락하는 등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 주요2개국(G2)이 미국의 출구전략 가능성과 중국의 유동성 경색이라는 악재를 서로 주고받으며 글로벌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하고 있는 셈이다.
25일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장중 1,9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이날 증시는 마감을 앞두고 매수세가 유입되며 전일보다 0.17% 하락한 1,959.81포인트를 기록했다. 오후1시께 대규모 매수세가 유입돼 당국이 보험 등을 통해 증시를 떠받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최근 단기 유동성 위기에 경제성장률마저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은 중국 경제를 깊은 수렁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일각에서는 위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날 중국 신용평가기관인 후이위는 25~30일 6일 동안 중국 상업은행들이 판매한 금융상품 1조5,000억위안(약 282조원)의 만기가 돌아오며 단기금리시장이 재차 상승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 제일재경보도 단기 유동성 위기의 2차 충격이 어음할인시장과 금융상품시장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했다.
가오산원 안신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단기 유동성 위기로 중국 증시가 ▦단기금리 폭등 ▦어음부도 ▦거시경제 타격 등 3단계의 충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중국 금융시장은 단기금리 폭등 이후 일부 중소형 은행이 이달 어음할인 한도를 모두 소진해 어음할인 업무를 중단했고 중국 4대 은행의 경우도 어음할인 수요에 모두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가오산원이 예측한 2단계 충격 상태에 들어간 셈이다. 어음할인은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등이 갖고 있는 어음의 지불기일이 돌아오기 이전에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어음을 은행에 주고 이자를 제외한 금액을 받는 것으로 은행 융자의 한 형태다.
문제는 이러한 금융시장의 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며 중국 경제 전체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은행권에서는 이미 중소형 은행들이 자금결제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정도로 유동성 부족이 심화되며 광둥성 일대 일부 중소기업들의 연쇄 부도 현상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방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중소형 은행들이 붕괴될 경우 리커창 경제팀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지방부채 문제와 맞물리며 중국 경제 전체를 위험에 빠지게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중국의 유동성 위기가 이미 실물경제로 전이되고 있으며 경제지표 둔화와 맞물려 성장률도 낮출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날 중국이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정부가 제시한 성장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리커창 경제팀이 제시한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7.5%.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8%라는 상징적 목표에서 내려왔지만 이마저도 목표달성이 어렵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와 중국국제금융공사(CICC)가 전일 성장률을 7.4%로 예측했고 핌코의 이머징마켓 포트폴리오는 향후 5년간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7.5% 수준으로 낮췄다.
이처럼 유동성 위기가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 인민은행은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23일 2ㆍ4분기 통화정책위원회에서 '미세조정'이라는 언급을 하며 운신의 폭은 열어놓았지만 증시가 대폭락한 24일에도 '은행들의 유동성은 전반적으로 합리적 수준'이라고 표현해 당장은 유동성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일단 시장에서는 인민은행이 직접 돈을 풀 경우 부작용을 고려해 21일 공상은행 등에 500억위안을 역환매조건부채권으로 풀어준 것처럼 간접적으로 자금지원을 할 가능성에 비중을 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민은행이 구조조정을 빌미로 금융권을 벼랑 끝 상황까지 몰고 간 후 자금지원을 할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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