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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저명한 역사학자인 저자가 구석기 시대부터 1950년 전후까지 중국 역사를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들여다본 책이다.
저자는 중국의 역사와 문화가 황하와 양자강처럼 흘러왔다고 말한다. 두 강의 발원지는 공교롭게도 모두 빠옌카라산에서 시작해 황하는 북쪽으로 흐르고, 양자강은 남쪽으로 흐른다. 이 두 개의 큰 물줄기는 중국의 거의 모든 성을 적시며 마침내 태평양의 황해와 동해로 흘러가 다시 만난다.
저자는 황하와 양자강처럼 중국 문화도 처음에는 옹달샘의 물길처럼 졸졸 흘렀지만 꾸준히 지류 하천의 온갖 성분을 받아들여 이윽고 거대한 물줄기를 이뤘고, 마침내 바다로 흘러 들어 갔다고 말한다. 이 바다는 곧 세계 각지의 인류가 함께 이뤄내는 세계 문화를 가리킨다.
그런 관점에서 저자는 기존의 '존왕양이(尊王攘夷)'의 경향, 즉 중화주의를 철저하게 배제한다. 저자는 중국 문화의 특색이 그 우수한 문명으로 주변국의 문화를 동화하거나 계발한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문화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포용력에 있으며 또한 그것을 자기 것으로 소화한 능력에 있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이 책은 중국과 외국의 문화 교류에 대해 각 장마다 지면을 따로 할애해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중국 문명의 시작을 기원전 16세기로 보는 저자는 상(商)과 주(周) 왕조의 탄생을 시작으로 중국 문화사를 시대 순으로 살펴본다. 특히 15~17세기 세계 질서에 편입되는 시기의 중국을 비교적 상세하게 들여다본다. 저자는 "해양이 열리고 유라시아 대륙의 육상 교역로가 활기를 띠면서 중국이 세계 경제 질서에 편입됐다"며 "무역 흑자로 인해 중국 경제는 300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했으며 근대 이전까지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번화한 지역으로 도약했다"고 소개한다. 하지만 자급자족형 문화체계가 세계 경제 혹은 새로운 사상과의 교류에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더 이상의 진보가 어렵게 됐다고 진단한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에 이르는 시기에 대한 저자의 정의는 '100년의 휘청 걸음'이다. 서양의 공업 혁명과 자본주의 제국의 확장은 전 세계 운명을 주재했으며 그 압박에 결국 중국은 쓰러지고 말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기 위해 중국은 옛 것을 버리고 새 것을 받아들이는 훈련을 하는 시기가 바로 그 시기였다는 것이다. 20세기 전반에 혹독하게 수업비를 치렀기 때문에 현재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견주는 G2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각 2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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