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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양치기 소년과 주식시장
입력2005-08-10 17:23:48
수정
2005.08.10 17:23:48
이학인 <증권부 차장>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에 육박하는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일반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주변에서 주식투자를 새로 시작했다는 사람을 찾기 힘들고 주식이 화제로 오르는 일도 드물다.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이 은행 예금을 헐어 코스닥펀드에 가입했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도 투자자들은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면 ‘대통령이 했을 때는 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심리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을 것이다.
한국 주식시장이 장기 상승국면에 진입했다는 애널리스트ㆍ펀드매니저 등 소위 전문가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투자자도 별로 없는 것 같다. 지난 2003년 3월 이후 시작된 이번 상승국면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20조원의 주식을 내다팔았다. 매월 7,000억원씩 주식을 매도한 셈이다. 이 가운데 적립식 펀드 등 간접투자를 통해 주식시장으로 다시 돌아온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개인들의 자금은 아예 시장에서 빠져나갔다.
시장을 등지는 투자자들 사이에는 주가가 좋을 때 차익실현을 하는 합리적인 판단보다는 “더 이상 지긋지긋해서 주식 못하겠다. 언제 또 팔 수 있을지 모르니 지금이라도 팔고 보 자”는 심리적 이유가 자리잡고 있을 개연성이 크다.
사실 주식시장은 그동안 개인 투자자들에게 희망보다는 고통을 안겨줬다. 과거 세 차례의 1,000포인트 장세에서 소위 전문가들은 종합주가지수 2,000은 당연하고 3,000도 문제 없다는 식의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다. 전문가와 그들의 주장을 옮긴 미디어를 믿은 개미 투자자들은 집 팔고 땅 팔아 투자했지만 그 결과는 대게 재산손실과 가정불화로 이어졌다. 이런 일을 수 차례 당한 개미 투자자들에게 주식시장과 그 주변의 전문가는 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양치기소년 우화는 늑대가 나타나 양들을 모두 잡아먹는 것으로 끝난다. 마을 사람들은 거짓말쟁이 소년의 마지막 참말을 듣지 않음으로써 큰 손해를 본 것이다. 지금 주식시장에서 쏟아져나오는 말들은 양치기소년의 또 다른 거짓말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말처럼 한국 경제ㆍ기업 구조가 변했고 그 때문에 주식시장이 10년 장기 호황국면에 진입했다면 그 말을 귀담아 듣지 않은 것을 아쉬워할 날이 올 수도 있다. 당장 객장으로 달려가지 않더라도 열린 마음으로 ‘미운’ 주식시장을 다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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