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2년 전라북도 옥구군 대야면 죽산리 안터. 아들을 기다리던 한 전주 이씨 집안의 며느리가 둘째 아이를 가졌다. 놋숟가락이 담긴 새참 광주리를 태몽으로 꾼 어머니의 말에 시어머니는 영락없는 사내아이라며 기뻐했다. 그러나 시어머니의 기대를 져버리고 또 딸을 낳았다. 며느리는 산후조리는 고사하고 편한 마음으로 미역국 한 그릇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어머니의 불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셋째를 임신했으나, 자궁외임신으로 수술을 해 다시는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됐다. 아들을 낳지 못해 멸시를 당하면서 살았던 어머니의 모습을 본 둘째 딸은 커서 산부인과 의사가 됐다. 그녀가 바로 가천길재단의 이길여회장이다.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1958년 인천시 중구 용동에 자신의 이름을 내 건 산부인과를 설립했지만, 그녀는 도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미국과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의료기술을 배우고, 의료 취약지에 병원을 세우는 등 가슴으로 치료하는 의사로서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의사로서 정점에 도달한 뒤 그는 다시 전문 경영인으로 나섰다. 후학을 키우기 위해 대학교와 연구소를 건립하면서 여자로서의 한계를 극복해 나갔다. 그가 설립한 가천길재단은 올해 50주년을 맞았다. 길재단은 2006년 640억원을 들인 뇌과학 연구소가 문을 열면서 세계적인 물리학자인 조장희 박사를 초빙하고, 2007년에 설립한 가천 바이오 나노연구원엔 노벨물리학수상자인 스티븐 추 박사를 영입하는 등 세계적인 석학들을 지원하면서 한국 의학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책은 깡촌의 구박덩이 소녀에서 의료분야의 경영인으로서 성공한 그의 꿈과 도전을 담은 자서전이다. 이 회장은 세상이 만들어 놓은 한계와 틀을 벗어나 숨겨진 가능성의 범위를 넓혀온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면서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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