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식재료 가격이 크게 올라 전세계 식탁물가에 비상이 걸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 보도했다.
가장 큰 가격 상승세를 보인 것은 커피다. 커피 공급량의 3분의1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커피 생산지 브라질에서 지난해 말부터 계속돼온 기록적인 가뭄과 혹서로 국제 커피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도 70%나 폭등했다. 돼지고기 가격도 미국에서 최근 전염성 바이러스가 유행해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올 들어 40%나 뛰었으며 중국과 러시아의 수요증가로 우유와 버터 등 낙농제품 가격도 각각 21%, 18%나 상승했다. 이 외에 오렌지주스와 코코아 등 음료 가격도 10% 내외가 올랐으며 조리에 널리 쓰이는 설탕 가격도 6%나 뛰었다.
전세계 식재료 가격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당시 북반구에서 농작물이 풍작을 보여 식재료 공급이 크게 늘었고 이에 따라 전세계 주요 펀드들도 식품 원자재에 매도 포지션을 취해 식품 가격은 낮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올 들어 이상기후와 가축 전염병 등 자연적 악재와 우크라이나 사태 같은 지정학적 악재까지 한꺼번에 터지면서 식품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동유럽 최대 곡물수출국으로 이곳에서 수확된 농산물은 크림반도를 통해 수출된다. 하지만 최근 우크라이나와 크림반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우크라이나산 곡물수출에 비상등이 들어왔고 덩달아 곡물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전세계 주요 펀드들이 올 들어 곡물 시장으로 몰려가는 것도 가격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로 철광석과 구리 등의 가격이 급락하자 투자금은 산업용 원자재에서 빠져나가 식품 원자재로 몰리고 있다. 맥쿼리자산운용의 원자재 부문 애널리스트인 코나 헤크는 "현재 식품 원자재의 매수 포지션이 4년6개월 만의 최고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가 앞으로 몇 달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리서치 회사인 민테크의 원자재 부문 전문가 로라인 허드슨은 "향후 3개월간 식품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소비자들도 이 같은 가격상승을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 가격 오름세가 신흥국 경제에 큰 악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으로 신흥국이 화폐가치 하락과 물가상승에 시달리는 가운데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물가가 추가로 오를 것이라는 주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08년과 2011년에 전세계 식품 가격이 급등했을 때 아랍권에서는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고 남아시아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며 "신흥국 국민은 가계지출액 중 식료품이 차지하는 비중인 엥겔지수가 높기 때문에 식품 가격 상승에 민감하다. 이에 따라 신흥국 금융당국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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