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돌아왔다(Japan is back)."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특별강연에서 일본의 국제적 위상과 경제부활을 예고했다. 실제 집권 이후 미국과의 관계회복에 줄곧 신경을 곤두세웠던 아베 총리는 이번 방미일정에 앞서 민주당 정권이 풀지 못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교섭참가의 길을 열고 미일동맹의 부활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정치적 성과를 올렸다. 아베 정권의 첫 난관으로 여겨졌던 TPP 교섭의 실마리가 풀리면서 자신감이 고조된 아베 총리는 경기부양을 위한 '아베노믹스'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물론 외교안보 정책에서도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24일 NHK방송에 출연해 "TPP 교섭참가 의사 표명을 길게 끌 필요가 없다"며 교섭참가 절차를 서두를 방침임을 밝혔다. 자민당 내 반대여론에 대해서도 "교섭불참의 전제조건은 '성역 없는 관세철폐'였다"며 내부 이견을 통제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일자리 창출에 중요한 자동차 산업을, 일본은 쌀을 중심으로 한 농업 분야를 보호하려 각각 '민감품목'에 대해 당분간 관세철폐를 유보하기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오바마 대통령은 엔화약세를 초래하는 아베노믹스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동북아 안보를 위한 미일동맹 강화라는 면에서도 일본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짧은 방미일정에서 오바마 정권의 든든한 후원을 얻으며 정치적 입지를 다지게 된 아베 총리는 여세를 몰아 오는 7월 참의원 선거 때까지 정책 드라이브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TPP 교섭참가 의사를 당장 이번주 안에 공식적으로 표명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미국 의회 승인에 90일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해도 6월 중에는 일본의 교섭참가가 최종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니치신문은 아베 정부가 이처럼 절차를 서두르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큰 TPP 문제가 7월 참의원 선거 때까지 이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차기 일본은행 총재 선임을 비롯해 아베노믹스 추진을 위한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당장 주초부터 총재와 부총재 인선 마무리 작업에 돌입하고 의회에 승인을 요청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산케이신문은 이미 아베 총리가 유력한 총재 후보로 거론되던 구로다 하루히코 전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를 최종 후보로 낙점하고 본인에게 타진했다고 전했다.
다만 아베 총리의 거침없는 행보 잎에는 여전히 적잖은 걸림돌이 놓여 있는 실정이다. 민감품목에 대한 예외인정으로 TPP 교섭참가의 첫 단추를 무난히 끼운 것은 사실이지만 자동차와 보험시장의 고강도 개방을 요구하는 미국 의회의 승인을 얻어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특히 미국에서는 일본이 미국차를 일정대수 이상 의무적으로 수입하도록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아 합의도출이 쉽지 않아 보인다. 참의원 선거 때까지 농업단체들의 반발을 무마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다.
게다가 일본이 미일동맹 부활과 국제적 위상강화를 만천하에 선전하고 나서면서 이를 견제하려는 중국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에서 어떤 행보를 취할지도 주목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중일 영유권 분쟁에 따른 동북아 긴장감 고조를 경계하며 일본의 신중한 자세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4일 일본 측이 주장하는 센카쿠 영해에는 또다시 중국 선박이 진입하며 '주권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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