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로저 페더러(32ㆍ스위스)와 라파엘 나달(27ㆍ스페인)은 알 것이다. '황제'로 불리는 페더러와 '클레이(흙) 코트의 황태자' 나달은 테니스 역사상 최고의 라이벌로 지난 2004년부터 10년째 세계 테니스를 양분해왔다. 하지만 나달이 이달 초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오픈을 제패하는 사이 페더러는 10년 만에 이 대회 16강에서 탈락하며 권불십년을 실감케 했다.
지금 세계 테니스는 단연 나달로 통한다. 세계랭킹은 노바크 조코비치(26ㆍ세르비아)에게 밀려 2위지만 이 기세라면 다음주 차이나오픈에서 1위 복귀가 희망적이다. 올 시즌 3승(메이저대회 1승)을 거둔 조코비치에 비해 나달은 메이저 2승을 포함해 10승을 쓸어 담았다. 그런 그가 기아자동차 초청으로 7년 만에 방한해 27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 테니스코트에서 유망주 원포인트 레슨과 팬 사인회를 열었다. 나달은 2004년부터 기아차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2006년 페더러와의 특별경기를 위해 방한했을 당시 나달은 '왼손 천재'로 불렸지만 지금의 나달은 천재를 넘어 차세대 황제로 군림하고 있다.
◇드래곤볼ㆍ레알 마드리드ㆍ골프 마니아=나달은 어린 시절 테니스만큼 일본 만화인 드래곤볼에 빠져 살았다. 학교에서 돌아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드래곤볼 애니메이션을 켜는 것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나달의 또 다른 애칭은 드래곤볼 주인공인 손오공이다. 외계인 같은 스피드와 총알 스트로크, 철벽수비가 초능력을 앞세워 악당들을 물리치는 손오공과 닮았기 때문이다. 나달은 "지금도 드래곤볼 전편 DVD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드래곤볼 마니아인 나달은 축구 마니아이기도 하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의 광팬이며 2부 리그 마요르카 구단의 지분도 갖고 있다. 나달은 또 2005년 발 부상 당시 테니스를 접고 골프선수로 전향을 생각했을 정도로 골프도 잘 친다. 테니스는 왼손으로, 골프는 오른손으로 치는 그의 핸디캡은 11. 프로골퍼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와 절친한 사이이며 라운드 중 잡담하는 사람을 가장 싫어한다고 한다. 그는 "테니스 경기 중 중압감을 이기는 데 골프에서 배운 평정심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알고 보면 순정남=외모에서 풍기는 인상은 바람둥이지만 나달은 지금까지 이렇다 할 스캔들이 없다. 10대 때부터 알아온 시스카 페레요라는 여성과 오랫동안 사귀고 있다. 페레요는 보험업계 종사자라는 것만 알려져 있다. 남자친구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는 이유로 언론 인터뷰 등을 일절 피하기 때문이다.
나달이 올 시즌 벌어들인 상금은 1,000만달러(약 107억원). 최근 1년간 상금을 포함한 수입은 2,600만달러(약 279억원)가 넘는다. 그럼에도 나달은 여전히 고향인 마요르카를 지키고 있다. 자선단체를 운영하는 부모의 영향인지 2007년 마요르카에 자신의 이름을 딴 자선재단을 만들었다. 인도를 여행한 뒤 소외 받는 아이들을 도와야겠다고 마음먹었다는 그는 "훗날 은퇴하면 이 사회에 진 빚을 더 많이 갚아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27일 기아차 행사에서도 평소 관심 있게 지켜봐왔던 청각장애 유망주 이덕희(제천동중ㆍ주니어세계랭킹 25위)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하며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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