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장시간 노동 등 해결 기대<br>정시퇴근… 회식·회의 금지 권장<br>많은 업무 탓 정착엔 시간 걸릴 듯
 | 오므토토마토에서 가족이 외식하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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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일은 4회째를 맞는 패밀리데이였다. 각 건강가정 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우리 가족 문패 만들기' '연 만들기'등 다양한 가족 체험 행사가 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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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성호(39) 씨는 초등학교 2학년과 유치원생 두 아이를 둔 아빠다.
누구보다 자상한 아빠가 되고 싶은 게 김 씨의 소망이지만 야근이 잦은 영업팀에 소속돼 있어 평일엔 아이들의 잠든 얼굴 밖에 볼 수가 없다.
김 씨는 "회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한 달에 하루라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털어놓았다.
김 씨와 같은 이 땅의 아빠, 엄마들을 위해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매월 셋째 수요일을 패밀리데이(가정의 날)로 정해 가족 친화적인 문화를 독려하고 있다.
가족간 소통 및 관계회복을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관공서나 기업은 정시 퇴근을 실시하고 학교나 학원에서는 야간 수업을 하지 않도록 장려한다. 공무원의 경우 셋째 주 수요일에 야근 수당을 인정해주지 않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가정이 바로 사회의 근간,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의새로운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패밀리데이 왜 필요한가=정부는 왜 직접 나서서 패밀리데이를 지정하고 가족 친화적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애쓰는 걸까.
가장 주된 이유는 가정보다는 일에 치중돼 있는 사회 분위기에서 일과 가정이 균형을 맞추도록 함으로써 세계 최악인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고 가족 본연의 기능을 회복시키자는 취지에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지난해 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30개 회원국 중 연평균 근로시간이 2,316시간(2007년 기준)으로 2위 헝가리(1,986시간)에 비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인구증가율은 0.33%(2007년)로 23위, 합계출산율은 1.19명(2008년)으로 꼴찌를 기록, 근로시간과 반비례했다.
직장인 10명 중 6명은 '가족과 저녁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인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가족부 위탁 중앙건강가정지원센터가 자녀가 있는 기혼남녀 665명을 대상으로 '직장생활이 가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6.1%가 '일 때문에 가정에 소홀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직장생활 때문에 배우자와 많이 다투는 이유는 '잦은 야근'이 32.7%로 가장 많았다.
'주중 일찍 퇴근하는 날이 있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66.1%(남성 60.8%, 여성 71.4%)가 '가족과 함께 저녁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밝혔다.
정보기술(IT) 업체에서 근무하는 현일형(37) 씨는 잦은 야근으로 가족들로부터 원성을 들은 지 오래다. 어쩌다 야근이 없는 날도 습관적으로 회사 동료들과 술자리를 가지며 시간을 때우다 자정을 넘겨 들어가곤 한다.
현 씨는 "이젠 아내나 아이 얼굴을 봐도 할 말이 없고 어색하기만 하다"며 "때로는 내가 과연 누구를 위해 일을 하고 돈을 버는지 혼란스럽기조차 하다"고 말했다. 직장맘 김선희(35) 씨는 패밀리데이의 도입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김 씨는 "친정이나 시댁 모두 지방에 있어 마땅히 아이를 맡길 곳도 없고 그렇다고 대기업처럼 육아시설이 사내 마련된 것도 아니어서 갓난아기 때부터 어린이집을 이용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패밀리데이가 도입되면 딸 아이에게 공연 등 문화 생활을 경험할 수 있게 하고 저녁 식사도 직접 만들어 먹이고 싶다고 덧붙였다.
고선주 중앙건강가정지원센터장은 "패밀리데이가 맞벌이 가족 증가, 세계 2위의 장시간 근로 등 일에 매몰된 사회 분위기를 바꿔 가족친화적 문화 조성과 저출산 문제 해소 등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업체로 확산되는 패밀리데이=최근 들어 패밀리데이에 동참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 해 10~11월 2개월 동안 기술보증기금, 대상, 대한생명보험, 한국바스프, 한국 후지제록스 등 16개 업체들이 건강한 가정생활 만들기에 동의하는 뜻을 밝히고 각 업체마다 직원들이 원하는 요일을 정해 패밀리데이를 실천에 옮기고 있다.
대상 청정원은 매월 둘째 주 금요일을 패밀리데이로 정하고 오후 5시 30분이면 전 직원들이 퇴근한다. 정영섭 팀장은 가족과 함께 여유 있는 문화생활로 즐거운 가족사랑데이를 보내고 있다.
다른 날보다 일찍 퇴근하면 아내와 아이와 함께 여유 있게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을 뿐아니라 가까운 영화관에서 영화 한편을 보고 집에 돌아와도 10시가 안될 때도 있어 평소보다 두세 배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대상의 1년차 사내 커플인 이연경 매니저와 황민 매니저는 가족사랑데이에 출근 가방이 한 짐 가득이다. 패밀리데이에 부부는 2박3일 일정으로 전국 곳곳을 여행 다닌다.
정부의 패밀리데이 지정에 앞서 자체적으로 가정의 날을 정해 실천하는 기업들도 있다. 가정의 날이 가장 잘 정착된 곳은 금융권. 은행들은 대부분 매주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정해 오후 6시 30분이면 강제로 직원들을 퇴근시킨다.
우리은행은 집으로 '열심히' 퇴근한 직원에게 가족 식사권도 제공한다. 가정의 날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직원만족센터에 보내면 센터에서 알찬 가정의 날을 보냈다고 평가되는 직원 중 월 30건 정도를 선정해 다음날 집으로 피자를 배달해 준다.
기업은행도 지난 2005년부터 매주 수요일을 3무(無) Day(회식, 회의, 문서시행 금지)로 지정, 칼 퇴근을 원칙으로 내세웠다. 사내 방송을 통해 업무 마감 시간을 안내하고 회사 인트라넷 접속 시엔 팝업 창으로 가정의 날을 안내해 오고 있다.
이들 기업에서 패밀리데이가 정착된 것은 1년에 한두번 임직원 가족을 초대하는 이벤트성 행사보다 '실속형' 가정 챙기기가 더 호응이 크기 때문이다.
◇정착엔 시간 걸릴 듯=지난 해 10월 21일 처음 시행된 '패밀리데이' 직후 보건복지가족부 직원을 대상으로 시행된 조사에 따르면 실제 이날 정시퇴근을 한 직장인은 전체 설문 응답자 109명 가운데 절반 수준인 69명(58%)에 그쳤다.
하지만 이날 정시퇴근을 못한 직원도 50명(42%)이나 됐다. 이들 대부분은 '업무가 많아서'를 이유로 들어 과중한 업무가 패밀리데이의 최대 걸림돌인 것으로 조사됐다.
과중한 업무가 아니더라도 상사 눈치가 보이거나 성실하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회사에 남아 있는 후진적인 기업 문화도 만연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시퇴근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응답자 119명 중 42%(50명)가 '사내 전원 차단 등 강제적 조치가 필요하다', 39%(46명)는 '상사들의 적극적 권유가 필요하다'고 답하는 등 전사적 차원의 조치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시 퇴근하고 일찍 귀가한 69명 가운데 가족과 함께 한 특별한 일이 무엇이냐고 물은 조사에서도 가장 많은 응답(38%ㆍ26명)이 식사(외식 포함)를 꼽는 등 일찍 귀가해도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선에서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가족부는 패밀리데이를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전국 98개 건강가정지원센터, 100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가족 체험, 공연관람, 체육활동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놓고 있다. 패밀리데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민하는 직장인들에게 멍석을 깔아주는 셈이다.
20일은 4회째를 맞는 패밀리데이였다. 강서구의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는 새해를 맞아 가족과 함께 좌우명과 가훈을 만들어 보는 '우리 가족 문패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마포구에서는 부모님이 어린 시절 연 날리기의 추억을 되새기며 한국 연협회 전문 강사와 함께 '연 만들기' 시간을 가졌다.
성북구와 도봉구에서는 '가정 헌법 만들기'를 진행했으며 중구에서는 가족의 추억이 담긴 사진을 넣을 수 있는 '가족 액자 만들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가족 체험 행사들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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