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기자의 눈/5월 13일] 유럽에서 본 미 쇠고기 파동

12일부터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한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 7차 협상이 열린다. 양측 간 7번째 협상이지만 분위기는 새롭다. 이명박 정부 들어 첫 협상일 뿐 아니라 우리 측 수석대표가 바뀐 첫 데뷔 무대기도 하다. 재미있는 대목은 한ㆍEU FTA 협상의 대표가 교체됐지만 국내 반응이 시큰둥하다는 점이다. 한ㆍEU 간 협상이 지지부진하지만 한미 FTA 협상에서는 대표가 아닌 분과장만 교체되더라도 반향과 비판이 뜨거웠던 점을 돌아보면 이상할 정도다. 세계 최대 경제권인 EU와의 FTA가 한미 FTA의 파급력만 못한 것은 아닌 데 말이다. 한미 FTA와 미국산 쇠고기 파문을 다시 보며 의문이 드는 것은 한ㆍEU FTA 협상이 국민적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이런 사정 때문이다. 지난 2006년 한미 FTA 협상을 놓고 나라가 둘로 갈라질 만큼 뜨겁던 논란은 미국이 아니었어도 일어났을까. 광우병 발생국의 쇠고기를 재수입하는 나라가 미국이 아닌 캐나다였더라도 지금과 같은 파문이 생겼을까. 한미 FTA와 미 쇠고기 수입의 본질인 자유무역과 먹거리안전 자체만으로 사태가 이 지경이 됐다고 말하는 것은 솔직하지 못하다. 그것은 “한미 쇠고기 협상이 한미 FTA나 한미정상회담과 상관없이 타결됐다”는 정부의 주장만큼 믿기 어렵다. 그렇다고 강대국의 힘에 밀린 협상의 균형을 놓고 정부가 국민에게 “미친 소를 먹인다”는 식으로 선동해도 좋은 것은 아니다. 미 수입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릴 것처럼 혹은 그 위험이 큰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모든 먹거리안전에 기울이는 노력을 폄하하며 우리를 고립시키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인터넷 악플로 맘 고생했던 스타들이 정부와 미 쇠고기를 향해 가볍게 던지는 돌팔매는 그들에게 부메랑이 돼 되돌아올 수도 있다. 감정에 휘둘려 냉철한 판단력을 잃어서도 안되지만 정부가 국민 정서에 무지몽매한 것은 백 번 비난받아도 마땅하다. 미국 역시 강자의 이기주의에 빠지지 말고 우방국 시민들이 등돌리는 현실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