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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프로스 다음 슬로베니아?

무디스, 신용등급 정크 수준 강등<br>자금조달 차질로 구제금융 위기


슬로베니아의 국가신용등급이 정크(투기)등급으로 추락하면서 지난 3월 구제금융을 신청한 키프로스에 이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6번째 구제금융 국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4월30일(현지시간) 슬로베니아의 국가신용등급을 'Baa2'에서 'Ba1'으로 2단계 강등하고 등급전망은 '부정적'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Ba1은 투자부적격등급 중 가장 높은 등급이다.

무디스는 등급 강등 요인으로 ▦은행권 부실 심화 ▦정부 재정 악화 ▦불확실한 자금조달 전망으로 외부지원 가능성이 커진 점 등을 꼽았다. 특히 슬로베니아는 부실채권에 시달리는 국영은행들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신용등급 강등으로 국채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슬로베니아 재무부는 이날 올해 첫 달러화 표시 국채발행에 나섰다가 무디스로부터 신용등급 강등 통보를 받고 전격 취소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등급 강등으로 향후 슬로베니아의 자금조달 비용이 더욱 높아질 것이며 투자적격 등급 채권에만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발길을 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슬로베니아가 국채시장에서 자금조달을 하지 못하면 구제금융 등 외부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슬로베니아는 3월에도 키프로스가 구제금융을 신청하자 다음 타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6.38%까지 급등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으며 30일에도 신용등급 강등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날보다 0.157%포인트 오른 5.847%를 기록했다.



무디스는 슬로베니아 은행권의 부실과 정부 재정의 취약성이 연계돼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슬로베니아 정부는 3대 은행인 노바류블랸스카방카(NLB), 노바크레디트나방카마리보(NKBM), 아방카비파의 부실을 털기 위해 2008년 이후 10억유로를 투입했으며 오는 7월 말까지 추가로 9억유로를 투입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투자가들이 슬로베니아 국채를 외면하자 정부가 은행 지원을 위해 발행하는 국채를 당사자인 3대 은행이 다시 사들이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슬로베니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2008년 22%에서 지난해 54.1%로 두 배 이상 급증했으며 올해는 6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유로존 평균인 93%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무디스는 국가부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러나 슬로베니아 정부는 수차례에 걸쳐 구제금융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보루트 파호르 슬로베니아 대통령은 지난주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자이퉁과의 인터뷰에서 "슬로베니아는 제2의 키프로스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총리와 중앙은행 총재도 앞서 기자회견을 열어 구제금융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들은 슬로베니아 은행들의 자산규모가 GDP의 135%에 불과해 800%에 달하는 키프로스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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