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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신임 법무부 장관에 김현웅 서울고검장을 내정한 것을 두고 '명분'과 '실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호남 출신으로 지역 안배라는 모양새를 갖추면서도 청문회 통과라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전남 고흥 출신의 김 내정자는 박근혜 정부 들어 계속해서 제기된 영남권 지역편중 인사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카드로 일찌감치 법무부 장관 하마평에 올랐다. 박 대통령이 가장 중요한 권력기관인 검찰 사무를 지휘·감독하는 법무부 장관에 호남 출신의 김 내정자를 지명한 것은 '호남 배려'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취임 이후 최저 수준의 지지율을 받고 있는 박 대통령이 이번 인사로 사회통합의 메시지를 던지고 국정운영 동력을 회복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김 내정자가 장관에 오를 경우 현 정부 출범 이후 방하남(전남 완도) 전 고용노동부 장관, 진영(전북 고창) 전 보건복지부 장관, 김관진(전북 전주) 전 국방부 장관, 이기권(전남 함평) 고용노동부 장관에 이어 5번째로 임명되는 호남 출신 장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이날 내정소감을 통해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법과 원칙을 지켜내고 사회통합을 이루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현직으로 법무법인(로펌)을 거치지 않은 것도 장관 인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법무장관 후보군으로 거론된 퇴임한 검찰 출신 주요 인사들은 대부분 대형 로펌에서 근무해 전관예우와 고액 수임료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박 대통령이 집권 하반기 정치·사회개혁 등을 막힘 없이 추진하기 위해 청문회 벽을 하루빨리 넘고 장관 공백을 최소화해야 했고 이를 위해 김 내정자가 적임자였다는 평가다.
이번 인사로 사법연수원 16기인 김 내정자가 선배인 김진태 검찰총장(14기)을 지휘·감독해야 하는 '기수 역전'도 발생하게 됐다. 기수와 서열 문화를 중시하는 검찰 내부에서는 기수 역전이 일어날 경우 선배들이 용퇴하는 것이 관례였지만 김 총장의 임기가 올해로 끝나는 만큼 임기를 채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검찰총장 임기는 법으로 보장된 것"이라며 "김 총장은 연말까지 임기를 채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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