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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월 9일] 누구를 위한 채안펀드인가

채권시장안정펀드를 두고 말들이 많다. 채권시장, 나아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만들어진 펀드가 오히려 시장의 혼선을 초래하는 ‘채권시장불안정펀드’로 변질되고 있는 탓이다. 채안펀드는 신용경색을 완화하고 기업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해 12월17일 1차로 은행 등 91개 금융기관이 5조원의 자금을 갹출해 조성됐다. 하지만 20여일이 지났음에도 채권매입 규모는 고작 5,000억원에 불과하다. 채안펀드의 모태인 채권시장안정기금이 지난 1999년 대우채 당시 설립 20일 만에 10조원이 소진돼 곧바로 20조원으로 증액했던 것과 비교하면 너무나 굼뜬 행보다. 매입 대상도 핵심인 회사채나 기업어음(CP)은 없고 신용이 보강된 프라이머리 담보부채권(CBO)과 신용등급이 우수한 카드ㆍ할부채, 은행권이 자금 마련을 위해 발행한 은행채 등 ‘안전채권’이 전부다. 이쯤 되면 손도 안 대고 코만 푸는 장사를 하겠다는 심사와 다를 바 없다. 신용증권에 손대 금융시장의 크레디트 리스크를 줄이라는 당초 취지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이런 태도에 펀드 자금의 50%를 댄 한국은행이 발끈하고 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높은 채권만 사려면 도대체 채안펀드를 왜 만들었냐”고 비꼬았고 다른 관계자는 “이처럼 소극적으로 운용한다면 어느 세월에 추가 증액이 가능하겠냐”며 “채안펀드가 아니라 출자기관의 안정된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그들만의 펀드”라고 꼬집었다. 분통이 터지기는 돈줄 마른 기업들이 더하다. 중견 A기업의 한 관계자는 “채안펀드를 기다리는 동안 자금사정이 악화되는 등 피가 마르고 있다”고 호소했다. B카드업체 임원은 “채안펀드가 AA- 이상의 회사채만 다뤄 등급 낮은 기업에는 ‘그림의 떡’”이라고 한탄했다. 실적 위주의 전시행정이라는 비난이 쇄도하는 이유다. 수많은 출자기관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3년간 환매금지로 위험손실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는 고충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영화 ‘올드보이’ 주인공인 최민식이 이 같은 상황을 보면 아마 이런 대사를 날리지 않았을까. ‘채안펀드 넌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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