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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4월 02일] 흔들리는 미국식 자본주의

기자는 지난해 8월 이 칼럼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한국에서 발생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라는 가정하에 한국과 미국 금융 당국의 대응방식을 비교한 바 있다. 시장에 위기가 발생하면 한 박자 늦게, 그것도 초기대응 실패를 만회하려는 듯 득달같이 달려가서 재발 방지책이라는 명분 아래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게 우리에게는 너무 흔한 경험이었다. 반면 미국은 시장의 문제를 시장의 자율조정 기능에 맡긴다는 전통이 뿌리 깊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고 정책을 바꾸는 것이 당장의 효과는 보겠지만 결국은 경제를 망치는 길이라고 믿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이런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대한 미 당국의 숱한 대응책들을 복귀해보자. 그토록 신봉해온 자유방임주의는 한낱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지 못한 데서 비롯된 판단 실패 내지 정책 실패의 소산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무책임한 투자자 구제가 중앙은행의 책무가 아니다”라던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은행이 모기지 원금을 탕감해줘야 하는 등 창의적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그는 파산위기에 처한 베어스턴스를 구제금융으로 연명해주고 모기지 채권을 담보로 증권회사에 긴급 유동성을 지원해주는 등 창조적 방안을 몸소 실천했다. 월가 출신으로 탈규제책을 내놓아도 시원찮을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금융시장 안전을 담보할 규제를 신설하고 금융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의 ‘금융개혁 청사진’을 내놓았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미국식 자본주의가 근본적인 변혁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 이후 금과옥조였던 자유방임주의는 희박해지고 케인스식 시장개입주의가 득세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탈규제가 월가 금융기관과 금융시스템을 세계 최강에 올려놓았지만 월가가 시스템 위기에 직면하고 굴지의 투자은행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최대 두통거리로 전락하게 한 장본인이라는 점도 사실이다. 세계적 석학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한국금융산업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자 뜻밖에도 “미국식 자본주의를 섣불리 흉내내지 마라”고 충고한 적이 있다. 탈규제가 한국 금융의 실력을 업그레이드시킬 도약의 마당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글로벌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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