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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국의 부상과 동아시아
입력2004-09-16 17:47:33
수정
2004.09.16 17:47:33
박번순<삼성경제연 수석연구원>
[기고] 중국의 부상과 동아시아
박번순
박번순
중국의 성장은 한국, 나아가 동아시아에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중국의 성장이 위협인가, 기회인가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하기 위해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당분간 동아시아 국가의 명운은 중국이 주는 기회와 위협을 어떻게 자신들의 국익을 위해서 활용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ㆍ타이완ㆍ싱가포르에서 온 학자들은 각각 자국과 중국의 관계를 분석 종합해 중국은 위협보다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세계시장에서의 중국과 자국의 경쟁관계보다는 중국을 통한 시장기회 창출과 중국과의 산업분업이 가져오는 경제효율을 강조한 것이다. 중국과 상당한 기술격차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은 중국의 부상이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미국시장이나 세계시장에서 중국은 일본의 경쟁자가 되지 못하며 저가의 중국상품을 수입함으로써 일본의 교역조건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지난해 일본의 대미 수출은 감소했지만 대중국 수출은 40% 이상 증가해 일본의 경제회복에 중요한 요인이 됐다. 최근 일본기업이 중국과의 경쟁력 격차를 유지하면서 중국에서 국내로 복귀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대중국 투자를 중심으로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발표한 타이완 학자도 우리의 걱정과는 관계없이 투자가 산업공동화를 유발하기보다 경제구조 고도화의 자연스런 결과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타이완 기업은 중국과 수직적 분업관계를 형성하면서 경쟁력과 효율성을 제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타이완의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경제협력은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 불가피한 것이다. 타이완 정부의 대중국 투자규제로 타이완 기업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더 불리한 여건을 갖고 있으며 기왕이면 좀더 적극적으로 중국이 주는 기회를 이용하기 위해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 타이완 학자의 견해였다.
싱가포르의 경우 동남아 경제의 침체와 다국적기업의 중국으로의 이전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보다 적극적인 차원에서 중국이 주는 위협을 기회요인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구조조정을 위해 국내의 저기술 집약적 기업을 중국으로 이전시키고 싱가포르의 입지우위 강화를 위해 미국ㆍ호주ㆍ일본 등 중요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또한 기존의 국제금융 중심센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동아시아 국가들의 막대한 외화자산을 운용하는 자산운용기지로 거듭나고자 한다.
한편 우리나라는 다른 동아시아 국가에 비해 대중국 수출과 투자가 모두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7월 말 현재 대중국 수출은 56%가 증가했고 투자도 중국측의 통계에 의하면 41억달러로 다른 동아시아의 투자를 웃돌고 있다.
외형상 중국이 주는 기회를 가장 잘 활용하는 듯하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과의 무역투자 관계는 적어도 장기적으로는 상당한 과제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와 같은 부품 및 중간재의 수출호조는 중국의 산업기술이 향상되고 다른 외국인투자가 증가하면서 수입대체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더구나 최근 조립업체 중심으로 나타나는 투자의 경우 일본과 타이완의 투자와는 다른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투자는 경제규모에 비해 우리보다 적으며 오히려 국내로 복귀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고 타이완의 경우 IT 부품의 생산을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진다.
이에 비해 우리의 투자는 중국 내수시장에서 경쟁에 뒤지지 않기 위해 국내에서 생산해도 충분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분야까지 중국으로 진출하고 있다. 즉 투자업종이나 증가 속도로 볼 때 국내의 산업 공동화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산貪망?고도화를 위해 중국에 대한 투자는 필요하지만 이와 동시에 국내에서도 고용창출과 경제의 역동성을 위해서 투자가 지속돼야 한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제조업을 대체하고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물류ㆍ금융ㆍ관광을 포함한 서비스산업에서 대중국 비교우위 산업을 육성해야 할 것이다.
입력시간 : 2004-09-1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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