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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왜곡된 인사문화 어디까지

공기업보다 좋은 신의 직장은 금융협회?

공기업 개혁에 복지수준 떨어지고

동양사태 등으로 낙하산 비판 커져

이직 쉽고 감시눈길 없는 협회 둥지

#지난해 말 금융계 인사들의 송년회 자리. 한 금융 공공기관장이 "나는 아들한테 우리 회사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어. 갈수록 연봉은 깎이고 바깥 여론은 나빠지는데 이직할 수도 없는 곳이잖아"라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한 협회장이 "그래. 협회가 좋아.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이 있나, 이직이 어렵나. 나는 만족하면서 다녀"라고 화답했다. 금융 공공기관은 공기업 중에서도 최고 신의 직장으로 손꼽히던 곳이다. 하지만 정권 초마다 부는 공공기관 개혁으로 연봉과 복지 수준이 떨어지고 저축은행 및 동양 사태 등으로 여론까지 안 좋아지면서 정작 내부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들을 중심으로 금융 관련 협회나 유관기관이 새로운 신의 직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년은 물론 관련 금융회사로 이직이 가능하고 재직 시에도 영업이나 승진 압박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공적인 기능을 수행하지만 정부부처에 직속된 기관이 아니다 보니 상대적으로 여론의 질타에서도 자유롭다.

금융 관련 협회가 최근 주목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금융 공공기관에 비해 이직이 자유롭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 등 금융 관련 부처나 공공기관은 금융회사 감독 업무를 맡았으면서도 금융회사 이직이 쉽지 않다. 금융위의 경우 관료의 낙하산이라는 비판이 매섭고 금감원은 저축은행 사태 이후인 2011년 아예 법으로 퇴임 후 2년 이내 금융회사에 이직하려면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안전행정부가 승인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로는 부적합하지만 감사의 경우는 금융당국 퇴직자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다"면서 "그러나 금감원의 이직이 금지되면서 그 자리에 감사원 출신이 갔고 감사원 출신의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보는 몇몇 회사는 금융 관련 협회 퇴직자를 기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생명보험협회 상무 출신의 한 인사는 신한생명보험의 감사로 이직했고 손해보험협회 상무도 보험연수원 부원장으로 이동했다. 동부화재 출신 인사는 보험개발원에 갔다 다시 동부화재로 이직했다. 강영구 전 보험개발원장은 현재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으로 출근하고 있다.

협회의 연봉 수준은 금융회사 못지않다. 카드사와 캐피털사를 회원사로 둔 여신금융협회 회장 연봉이 4억원 수준인 것을 비롯해 은행연합회장·생명보험협회장·손해보험협회장 등도 2억5,000만~4억원을 받는다. 그 밖에 금융연수원·보험연수원 등 유관기관의 연봉도 엇비슷하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에 있다가 금융연수원으로 이직한 인사는 전 직장보다 1억원 이상 연봉이 오르기로 했다. 공공기관 개혁으로 금융 공공기관의 성과급이 40% 깎였지만 협회 등은 여기서도 자유롭다. 한국증권업협회·선물협회·자산운용협회를 합병해 설립된 한국금융투자협회는 출범 당시 각 협회의 복지 수준 중 높은 쪽을 따라 맞췄다. 그러나 공무원 시험을 거쳐 공공기관 입사 시험을 향한 쏠림 현상도 문제인 상황에서 그나마 협회가 일부 젊은이의 관심을 받는 세태는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협회에 대해 당국의 감시가 소홀한 것도 문제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요즘에는 젊은이가 성공한 기회나 사례가 적다 보니 창업은커녕 공무원도 모자라 협회에까지 관심을 가지는 실정"이라면서 "창조경제를 추진하는 입장에서 씁쓸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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