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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R&D 자금 유용·횡령 방치한 정부

산업통상자원부가 연구개발(R&D) 지원비를 다른 용도로 쓴 기업·연구자 등에 대한 징벌적 과징금(제재부가금) 제도를 2011년 도입했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활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산업기술혁신촉진법을 고쳐 유용·횡령액의 5배까지 과징금을 물릴 수 있도록 했지만 시행의지가 약했던 탓이다. 명백한 직무유기다.

산업부는 산업, 정보통신, 에너지·자원 분야의 기술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산업기술혁신사업이라는 타이틀 아래 올해 2조9,0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한다. 하지만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는 의문이다. 지원한 연구비를 유용·횡령하거나 연구과제 수행불량 등의 사유로 적발돼 이미 받은 연구비 환수조치가 내려진 게 지난해 100건, 환수결정액(원금기준)이 300억원 안팎이라니 결코 적지않다. 환수율이 40%대에 그치는 것도 문제다.

더욱 한심한 것은 미래창조과학부 등 다른 정부부처들이 아직 연구지원비 유용·횡령에 대한 징벌적 과징금제도조차 도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러니 정부에서 지원하는 연구개발비를 '눈먼 돈'이라고 하는 게다. 혈세가 이렇게 줄줄 새나가면 어느 국민·기업이 세금을 내고 싶을까.



산업부는 하루빨리 법령을 보완해 사후관리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다른 부처들도 징벌적 과징금제도를 도입해 국가 예산을 허투루 쓰면 강력한 처벌이 뒤따른다는 경각심을 심어줘야 한다. 산업부가 과징금을 물릴 수 있는 연구비 유용·횡령사건은 2012년 40여건, 환수 대상액이 원금 기준으로 90여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마침 전순옥 민주당 의원이 산업부에 제재부가금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유용·횡령시 반드시 과징금을 징수하도록 의무화하는 산업혁신촉진법 개정안을 최근 제출했다. 국회에서 합의 처리되도록 힘써 국가의 지원금이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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