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은 20세기의 승자로 여겨졌던 자본주의가 최대의 위기를 겪었던 한해로 기록됐다. 금융자본의 세계적인 이동으로 위기가 전 세계에 한꺼번에 밀려오는 전대미문의 형국으로서다. 조반니 아리기 미 존스홉킨스대 사회과학과 교수는 ‘장기 20세기’(The Long Twentieth Century)를 통해 미국의 실질적인 세계 패권은 1970년대부터 시작됐다고 진단한다. 그 이유는 미국의 금융적 팽창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시기가 바로 1970년대이기 때문이다. 1970년대 초에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 체제를 재편했던 브래턴우즈 체제(금본위제도의 실패로 인한 국제환율거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44년 미국과 영국이 주도해 맺은 협약)가 붕괴되면서 고정환율제가 변동환율제로 전환됐고, 이동자본에 의한 글로벌 경영에 대한 규제가 사라졌다. 또 공공채무의 증권화가 진행되는 등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가 시작된 시기다. 이런 변화는 자본의 수익률이 하락하고 20세기 초반의 실물적 팽창이 끝나면서 이를 금융적으로 해결하려는 사건이 증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아리기 교수에 따르면 최근 전 세계로 퍼진 미국발 금융위기는 30년 전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책은 자본주의의 역사적 발전과 순환 과정을 분석해 미국의 헤게모니 시기인 20세기를 되돌아보고 있다. 저자는 과거 100년의 자본주의 역사에 대한 심층분석에 그치지 않고 중세 이탈리아로부터 시작해 성장해 온 자본주의의 발전사를 분석하고 세계가 겪고 있는 미국 패권의 금융적 팽창 시기에 대한 통찰을 보여 준다. 사회학과 경제학 이론을 근거로 풀어낸 책인 만큼 읽기가 쉽지는 않지만 자본주의의 기원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현재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혜안의 실마리를 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