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의회는 17일 임시회의를 열고 연립정부 여당인 국민의힘 당(PPP) 소속 솜차이 옹사왓 부총리를 26대 총리로 선출했다. 솜차이 신임 총리는 군부 쿠데타로 축출된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매제로, 지난 9일 사막 순다라벳 전 총리가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물러난 후 총리대행을 맡아 과도정부를 이끌어왔다. 솜차이는 집권 정당연합 소속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 덕에 298표를 얻어 163표에 그친 유일 야당 민주당의 아비싯 베짜지바 총재를 가볍게 누르고 26대 총리에 선출됐다. PPP를 포함해 연립정부 구성에 참여한 5개 군소정당의 전폭적인 지지 덕이 컸지만, 현지 언론들은 탁신 전 총리의 입김도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솜차이는 판사 출신으로 PPP의 부총재도 겸하고 있다. 1999~2006년에 법무 차관으로 재직한 이후 노동 차관을 역임했으며 사막 총리 정부 하에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활동해왔다. 탁신의 누이 동생이자 솜차이의 부인인 야오와파 옹사왓은 탁신이 창당했다가 작년 5월 해체된 타이락타이(TRT)당 소속 하원의원으로 오빠의 후광 덕에 태국 정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그러나 TRT당의 해체와 함께 향후 5년간 정치활동이 금지돼 작년 총선에 출마하지 못하게 되자 관료인 솜차이를 대신 정계에 내보냈다. 딸인 친니차는 PPP 소속 최연소 하원의원이다. 정치전문가들은 솜차이 차기 총리가 호전적인 사막 전 총리와 달리 온화한 성품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들어 국가 난제를 대화로 풀어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반 탁신 성향의 사회단체인 국민민주주의연대(PAD)가 이끄는 시위대는 솜차이도 사막과 마찬가지로 탁신의 대리인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위대는 이날 현재 23일째 정부청사를 점거농성 중인 가운데 사막 퇴진과 새 총리 선출에도 불구하고 농성을 풀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태국의 정국 긴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태국 정부는 점거농성이 장기화함에 따라 방콕 외곽에 있는 돈 므엉 공항 건물을 임시 청사로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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