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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가 양들을 샘으로 이끌고 와 물을 먹이는 중이다. 꽤 큰 규모의 양 떼지만 꽤 얌전한 덕에 여자 양치기는 그 가운데 서서 지팡이를 짚고 손으로 머리를 받친 채 잠시 쉴 시간을 얻었다. 더없이 평화로운 풍경이다. 이 그림을 그린 샤를 에밀 자크는 밀레가 파리시절부터 친구로 지냈던 인물이며 1849년에 바르비종으로 이주했다. 그는 바르비종파 작가 중에서도 자신의 사유지에서 닭을 키우며 농촌 생활에 직접 참여한 몇 안 되는 화가 중 하나였다.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에 나타난 가축 돌보는 장면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자크는 그림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하늘에 구름을 잔뜩 깔고 그 사이로 살며시 햇살을 드리웠다. 그로 인해 형성된 그늘과 그림자는 양치기를 가려 얼굴을 알아보기 어렵게 했지만 밝게 빛나는 그녀의 흰색 두건부터 물을 마시기 위해 조심스레 웅덩이에 얼굴을 담근 양과 그 보송보송한 털, 어둑한 그늘에 웅크린 양들까지 빛에 의한 각각의 미세한 변화상을 짚어 보여준다. 을미년 청양(靑羊)의 해를 여는 설날을 앞두고 복스러운 양 그림을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밀레, 모더니즘의 탄생(Millet, Barbizon & Fontainebleau)'전은 오는 5월 10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에서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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