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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205> 전주 한옥마을 꼬치구이 논란


한국 땅을 처음 밟는 외국인 친구에게 어느 곳을 둘러보라고 추천해야 좋을까. 순간 여러 장소가 떠올랐다. ‘한국의 맛과 멋’이 살아 있는 공간은 꼭 가봐야 할 곳 목록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이 발동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고궁, 경주, 인사동 그리고 전주 한옥마을 등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국내 관광객 역시 몰리는 명소니까 외국인 친구도 만족할 만하다고 자신하면서.

짧은 한국 여행을 마치고 돌아간 친구가 고맙다고 메일을 보냈다. 다시 한 번 와보고 싶다며 “한옥마을에서 먹었던 음식이 특히 생각난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친구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은 뭘까?’ 궁금했다. 당연히 김치, 불고기, 궁중 떡볶이, 비빔밥 같은 한국 하면 바로 연상되는 그런 음식이겠거니 싶었는데 왠걸 전혀 다른 대답이 섞여 있었다. 정갈한 한정식, 명물 초코파이, 상추 튀김, 해물파전, 그리고 놀랍게도 ‘꼬치구이’가 나왔다. 그렇다. 퇴출 논란에 휩싸인 바로 그 ‘전주 한옥마을의 꼬치구이’다. 전주시는 지난 6월 국적불명의 음식 꼬치구이가 한옥마을의 정체성을 훼손한다며 영업을 취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해당 상인들은 ‘꼬치구이 연합회’를 결성해 반대운동에 나선 상황이다. 영업 취소를 주장하는 측의 논리는 명확하다. 한옥마을이 한국의 맛과 멋을 느끼러 방문하는 곳인데 일본에서 유래된 꼬치가 마치 대표음식처럼 여겨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긴 외국에서 생활하는 친구도 꼬치가 전주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로 나열하는 걸 보니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은 아닐 수 있다. (물론 이번 경우는 지극히 개인적인 입맛에 근거한 것이지만)

그런데 꼬치구이 판매를 한옥마을과 같은 전통문화 특구에서 전면 금지한다고 해서 우리 전통 음식에 대한 수요가 살아난다고 볼 수 있을까? 의문스럽다. 이미 한옥마을 내 기념품 점에는 덴마크 산 장난감인 레고가 쌓여 있고, 길거리에는 코코넛 주스와 아메리카노를 파는 가게들이 널렸단다. 한국답다는 것이 꼭 기와지붕과 한복이 풍기는 고풍스런 이미지에 한정된다는 규정도 없는데 꼬치구이만 막는 것이 웃기지 않은가. 만약 평일에 인파가 길게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인기리에 팔리는 메뉴가 꼬치구이 하나뿐이라 칼날을 들이대는 것이라면 그것도 참 궁색한 일이다. ‘꼬치구이 규제론’을 설파하는 이들이 제대로 된 정책적 판단을 하고 있는지 회의감이 든다.



전주 한옥마을을 흔해빠진 먹자골목으로 전락시킬 수 없다는 관점에는 공감한다. 전주시가 어렵게 노력해서 만든 한옥 특구인데 문화 콘텐츠의 순정도가 하락하는 것은 분명히 커다란 문제다. 그러나 정말 칼날을 들이대야 할 항목이 일개 음식 메뉴 수준의 문제인지는 당국자들이 깊게 고민해 볼 일이다. 그래도 정 칼을 들겠다면 규제의 근거로 든 ‘지구단위계획’에 어긋나는 모든 것을 뿌리뽑는 시도여야 할 것이다. 한국적 정체성을 지키겠다고 당장 매출 구조가 눈에 띄는 ‘꼬치구이’부터 때려잡겠다는 선별적 논리는 어떠한 명분도 가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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