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부 지출의 30%를 차지하는 복지예산은 106조4,00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 시대를 열었다. 우리나라의 최근 5년간 연평균 복지지출 증가율은 10.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증가율(2.9%)의 3.5배에 달한다. 확대된 예산을 토대로 지난 수년간 우리 사회에서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수요에 맞춰 수많은 복지서비스들이 새로 생겨났거나 고쳐졌다. 예산과 제도의 측면에서만 보면 한국의 복지제도는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지난 2월 송파 세 모녀 사건같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절박한 사람들의 비보는 끊이지 않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이들 중 상당수는 긴급복지지원제도 등의 복지서비스 수혜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그 같은 제도가 있다는 것 자체를 몰라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복지서비스의 혜택이 실제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 요인으로 턱없이 부족한 복지업무담당 공무원을 꼽는다. 2013년 12월 현재 일선 지방자치단체에서 복지업무를 맡고 있는 공무원은 2만7,000여명(사회복지직 1만4,000여명, 행정직 등 기타 직렬 1만3,000여명)이다. 이렇게만 말하면 피부에 잘 와닿지 않지만 실제 복지 접점기관인 읍·면·동사무소의 담당 공무원 수를 따져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대다수 읍·면·동사무소에서는 사회복지직 공무원 1~2명이 행정직 공무원과 함께 복지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수년간 사회복지직 공무원 수는 완만하게 늘어난 데 반해 복지제도의 발달로 민원인 응대 등 이들이 맡는 업무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기초생활보장과 양육수당 등 13개 부처 약 300개의 업무가 이들에게 집중된다. 지난해 사회복지직 공무원 4명이 과로와 스트레스 등을 이유로 세상을 등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김미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292개의 복지업무가 깔대기 현상으로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에게 모인다"며 "찾아가는 복지가 실현되려면 전담 공무원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경준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 전달 체계 강화를 위해서는 국고보조금으로 한시적으로 복지공무원을 충원하는 방식은 곤란하다"며 "기본적으로 인건비는 지방비에서 지출돼야 하며 복지업무담당 상시 인력이 늘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력 확충과 더불어 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제도적인 보완도 요구된다. 최동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올 3월 대표발의해 현재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사회보장수급권자의 발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보호가 필요한 대상자 발굴을 위해 단전·단수·건강보험료 체납정보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좀 더 수월하게 수급권자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위기상황 발생시 저소득층에 생계유지비 등을 선지원해주고 사후에 적정 여부를 심사하는 긴급복지지원제도는 그야말로 최소한의 안전망인 만큼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3월 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긴급복지지원법 개정안도 이 같은 인식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개정안은 긴급지원 소득 기준을 최저생계비 150%에서 250%로 완화해 지자체의 지원 재량을 확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일할 능력이 있는 빈곤층의 취업을 유도해 스스로 수급자 신분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정책과제다. 현재 기초생활수급자 가운데 근로능력자로 파악되는 약 25만명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인다면 일할 수조차 없는 빈곤층에 대한 복지서비스는 보다 확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할 수 있는 빈곤층에는 정부가 추진하는 맞춤형 급여 체계가 유인이 될 수 있다. 맞춤형 급여 체계는 생계와 주거, 교육, 의료 급여별로 선정 기준을 달리해 지원하기 때문에 근로소득이 늘어나더라도 한번에 모든 복지가 끊기지 않는다. 여기에 사회보험료를 지원하는 저소득층 범위를 확대하고 근로소득에 따라 장려금을 지급하는 근로장려세제(EITC)의 대상을 넓히는 것도 빈곤층의 취업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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