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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12월 30일] 대마불사와 은행 빅뱅

월가 은행에 대한 정부의 구제금융을 강하게 비판해온 사이먼 존슨 메사추세츠공대(MIT) 교수를 얼마 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존슨 교수는 미국 정치권이 소수의 월가 은행에 포획됐다(captured)는 이른바 '금융과두제(Financial Origachy)'의 문제점을 의회 청문회에서 제기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월가 은행 부회장의 포르셰 자동차 번호판이라며 사진 한장을 보여줬다. 월가 경영진이 많이 사는 코네티컷주의 부촌 그린위치라는 글자 밑에는 '2BG2FAIL'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무슨 의미인지 금방 알아채지 못하자 그가 대신 읽어주었다. "too big to fail(대마불사)." 사진은 뉴욕타임스(NYT) 금융 칼럼니스트인 앤드루 소르킨의 신작 'too big to fail'에 실리면서 널리 알려졌다. 차주는 논란이 일자 번호판을 최근 뗐다. 미국의 대마불사 은행들은 올해 화려하게 복귀했다. 지난해 가을 금융위기의 쓰나미 속에 구제금융으로 살아남은 대형 은행들은 경쟁자들이 몰락하고 몸을 사린 사이 위험자산에 한 박자 빨리 베팅하면서 엄청난 돈을 벌었다. 공격적인 투자전략의 이면에는 정부가 망하도록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었다. 거대한 예금과 부채는 이들의 무기였다. 금융당국은 싸게 대출해줬고 채권은 정부가 보증을 서줬다. 제 죽는 줄 모르고 한때 와코비아은행을 인수하려고 했던 씨티그룹의 무리수는 어처구니가 없다. 은행인 씨티코프와 보험사인 트레블러스의 합병으로 지난 1998년 탄생한 씨티그룹은 월가의 빅뱅을 촉발한 주역이지만 현재는 미 금융권의 최대 문제아로 지목되고 있다. 덩치가 크면 경쟁력이 높아지고 합병하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이라는 월가의 빅뱅론은 씨티그룹을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대마불사 신화에 대한 악화된 여론은 시계추를 1930년대로 되돌리려는 움직임을 낳고 있다. 미 의회에는 대마불사 해체법, 상업ㆍ투자은행 분리법 등 대공황 시절의 금융권 견제 법안이 계류하고 있다. 금융위기를 피해간 한국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내년 금융권의 최대 화두로 빅뱅이 떠오르고 있다. 매각을 추진할 외환은행과 민영화 대상인 우리은행이 빅뱅의 진원지다. 특정 은행을 인수하겠다며 분에 넘치는 자신감을 드러내는 은행들도 있고 이 대열에 빠지면 우리만 뒤처지는 것 아니냐며 조바심을 내기도 한다. 은행들의 몸집경쟁 예고에 문득 이런 의문이 든다. "은행이 대형화하면 대출이자는 내려가고 기업은 대출 받기가 쉬워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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